
그림은 그려 본 적도 없다고, 땅 파는 게 더 쉽다고 하시던 구례 하사마을 할머니들이 다가오는 11월 9일 하사마을회관에서 그림책 작품 전시회를 연다.
2016년, 2017년 두 번의 전시회에 이어 세 번째 전시회를 열게 된 베테랑 작가들이지만
처음 전시회를 열던 때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지리산씨협동조합’이 하사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준비했다.
지리산 그림책으로 유명한 오치근, 박나리 작가가 선생님으로 참여했으며, 약 20여 명
의 할머니들이 5월부터 11월까지 주에 한 번씩 모여 그림을 그렸다.
강실댁(김복순) 할머니는 “세상이 좋아져서 나가 그림도 기리네”라며 고맙다는 말씀을
전했다.
할머니들은 2016년 봄부터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죽어도 못 그린다던 바들댁(유정순) 할머니도, 아무리 해도 내 머리랑 다르게 그
려진다던 한동댁(김동순) 할머니도 이제는 “그림 선생님덜 언제 오신당가요” 물으시며
그림 그리는 날을 기다리신다.
할머니들의 그림에는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택시 타고 시집 왔던 이야기, 전봇대
공장에서 일하던 이야기 등 사는 게 바빠 말하지 못했던 추억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
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구례 하사마을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은 2019년에 그림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그림책 작품 전시회는 지역주민들이 그림책 작가로 데뷔하고, 하사마을이 그림책 마을
로 탄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오치근 작가는 “하사마을의 이름이 도선국사의 모래그림에서 유래한 만큼 그림책 마을
로 정체성을 재구성할 수 있는 인문학적 배경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2018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나는 구례를 산다 - 그림책이 된 나의 이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남도, 구례군이 주최
하고 전남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며 지리산씨협동조합이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