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 60%·마늘 50% 올라… 이상저온·강풍에 金채소 돼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인상을 관리하겠다던 생활필수품 가격이 지난 1년 새 대부분 올랐다. 본지가 소위 'MB품목'으로 선정됐던 52개 생필품 중 각종 요금(대중교통·전기료 등)을 제외한 3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축산물 2종류를 제외한 28개 품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값 상승은 너무나 심했다. 배추는 60% 올랐고, 대표 서민 찬거리인 콩나물은 30%가 올랐다.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파와 양파는 2배 가까이 뛰었다. 마늘도 20㎏에 10만원 하던 것이 약 15만원으로, 고추장은 8600원에서 1만1100원으로 상승했다. 올 초 이상저온과 4월까지 이어진 강풍이 채소·과일 가격을 금값으로 만들어놨다. 저온으로 냉해피해를 입은 데다 4월까지 일조량이 부족해 생육도 더뎠기 때문이다. 상품(上品)일수록 1년 전과의 가격차이는 더 벌어졌다.
고추장 주재료인 건고추의 경우엔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했다. 올해 건고추는 600g에 1만4500원에 거래돼 10년 만에 처음으로 1만원을 넘었다. 5년 만에 두 배가 뛴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 노령화로 인해 농가들이 노동력 투입이 많은 고추 재배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작년 여름 폭우로 고추탄저병이 돌아 농사를 접는 농가들도 속출했다. 전국 건고추 생산량은 2000년 19만t에서 2010년 9만t으로 절반이 줄었다.
주식인 쌀·밀가루도 가격이 급등했다. 1년 만에 쌀(20㎏)은 3만9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8% 올랐다. 밀가루는 1067원에서 1217원으로 10% 이상 뛰었다. 쌀값을 올린 것은 정부다. 작년 수확기(10~12월) 이전 '논소득기반 다양화사업'으로 인해 3만7000㏊의 농경지가 다른 작물재배로 전환됐다. 국내 쌀 수요가 계속 하락한다는 판단 아래, 초과공급을 사전에 막아 쌀 가격 하락을 막자는 취지다. '농가보호' 조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됐다. 밀가루도 국제곡물가 상승으로 값이 올라 빵·과자 가격에도 영향을 줬다. O사의 감자칩은 1년 만에 200원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산 과일값은 수입과일 가격마저 뛰게 할 정도다. 후지사과는 15㎏에 9만2400원으로 작년보다 1만원이 비싸졌다. 작년 여름 비가 많이 와 사과나무에 갈색점무늬병이 크게 돌면서 생산량이 20%나 줄었다. 배(15㎏)도 작년 병충해로 인해 값이 3만8000원에서 5만원대로 뛰었다. 토마토는 작년의 두 배 가까이, 수박도 10% 상승했다.
30종 중 가격이 내린 것은 돼지고기와 달걀이다. 돼지고기(1㎏)는 5000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원 넘게 싸졌고 계란(특란·10개)은 1500원에서 1300원으로 내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측은 "돼지와 닭이 각각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사육 마릿수가 급감, 1년 전만 해도 가격이 워낙 높게 형성돼 있었다"며 "사육 마릿 수가 회복되면서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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