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고위공무원인 강모씨가 13일 전격 구속됐다. 수산물산지가공 지원사업 보조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시우 보령시장이 평소 반부패 의지를 표명해온 것하고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처럼 개인비리를 비롯해 업무와 관련, 연례행사처럼 매년 철창신세를 지는 공무원이 끊이지 않자 시민사회가 보령시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이번 사건은 강씨가 모든 직원들의 모범이 돼야 할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준다.
비교적 고속승진으로 업무능력도 인정 받아온 강씨가 구속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욕심’ 때문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공무원은 공직에 충실해야하고 사업가는 사업에 충실해야 한다. 누구나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은 맡은바 업무에 최선을다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강씨는 공직자로서 사업에 손을 댔고 두 마리 토끼는 커녕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했다.
자신의 김 공장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컸던 만큼 재기의 욕심도 과했다는 해석이다. ‘돈을 버는 것과 모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인 얘기지만 돈은 ‘버는 것’하고 ‘모으는 것’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경제학에서 돈을 버는 것이란 투자에 대한 이윤을 말하는 것이고, 돈을 모으는 것은 일반적인 봉급생활자들의 저축을 의미한다. 강씨는 본연의 자세에서 차근차근 돈을 모으려는 노력보다 돈을 벌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욕심이 화를 불렀고 화가 그의 명예와 육신을 구속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란 ‘착한일은 권장하고 악한일은 징계해야한다’는 뜻이다. 보령시의 인사체계가 여기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요직을 주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하며, 부조리를 저지른 직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시우시장은 선거과정에서 ‘부패공무원 원-아웃’제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이 제도는 도입하지 않았다. 이시장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원-아웃제’ 같은 강한 징계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또 1천여 명의 공직자가 매일 같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때문에 보령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직자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고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소양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
시민들은 강씨의 구속을 계기로 일반인과 기업인, 전문가 등 내ㆍ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청렴도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선책은 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은 그 지역의 이미지와 직결돼 있기에 이같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예산이 수반되는 축제나 이벤트로 보령을 알리려는 노력보다 공무원청렴도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는다면 그것이 더 값진 일이 될 것이고 최고의 홍보꺼리가 되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보령시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바로잡고 실추된 지역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의 몫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시장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절반의 임기를 남겨 놓은 이시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떠한 공적 쇄신책을 내 놓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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