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심 1인분에 5~6만원… 유명식당 판매가 요지부동, 소비자들 외면 부추겨
한우 소비 끌어올리려 8월 말까지 대규모 할인행사
한우 농가의 시름이 깊다. 소 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한우 소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우 도매가격은 하락세인데도, 유명 음식점이나 소매점 판매 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결국 한우 관련 단체들이 소비 촉진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대대적 할인행사에 나서는 '고육지책'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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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으로 한우 도매가격 하락축산물품질평가원이 27일 조사한 한우 1등급 '지육(枝肉)' 1㎏은 1만2955원. 지난 1일 1만4562원에서 11%나 내렸다. 지육은 소를 도축해 머리와 내장 등을 발라낸 고기를 말한다. 1등급 등심 1㎏ 가격도 같은 기간 5만2603원에서 4만9171원으로 6.5% 하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한우 전체 평균 가격이 한 달 사이에 7.3% 내렸다"고 밝혔다.
한우 값 약세의 주요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6월 현재 전국의 한우와 육우는 307만마리로 추정된다.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파악하는 250만~260만마리보다 50만마리쯤 많다. 산지 소 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600㎏ 기준 농가 수취가격은 6월 초 480만~490만원을 오르내리던 것이 현재는 430만원대로 떨어졌다.
돼지고기도 사육 두수 증가로 1등급 도매가격이 6월 초보다 10% 정도 떨어졌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1분기 돼지 사육 마릿수는 885만1000마리. 작년 4분기보다 68만마리(8.3%) 늘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181만5000마리(25.8%)나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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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5~6만원짜리 등심은 식당의 폭리"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축산물 가격 하락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8일 한우 1등급 등심 100g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이 5989원이라고 밝혔다. 1년 전(5954원)과 큰 차이가 없지만 한 달 전(5090원)과 비교하면 17.7%나 올랐다. 삼겹살 100g의 평균 소비자가격도 1903원으로 1830원이던 한 달 전보다 4% 올랐다.
유명 식당의 쇠고기·돼지고기 판매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A식당은 한우 등심 130g이 5만4000원, B식당은 생갈비 180g을 7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 송파구의 C식당은 돼지고기 항정살(목에서 어깨부위) 120g이 1만8000원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한우식당 대표는 "요즘 시세면 최상급 1++ 한우 등심 1㎏을 6만8000원 정도에 들여온다"며 "인건비나 임대료 등을 감안해도 등심 1인분(보통 120~ 130g)을 5만~6만원에 파는 것은 식당의 폭리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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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암소 대대적인 할인 판매 도매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의 괴리는 축산농가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한우 농가들은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본격적인 나들이 철인데도 등심이나 불고기 등 구이용 한우 매출이 너무 부진하다"며 "정육 소비도 안 되는 마당에 사골이나 꼬리 등 한우 부산물은 유통업체 냉동고에 그대로 쌓여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6월 들어
이마트 한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9% 줄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삼겹살 매출은 10.9%, 닭고기 매출은 8.1%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는 6월 한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8%가 감소하는 등 3월부터 줄곧 마이너스 행진이다.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부진한 한우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8월 말까지 14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손잡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29일부터 전국 12개 점포에서 한우를 30~50% 할인 판매한다고 밝혔다. 과잉 공급되는 한우 사육 두수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물량을 1등급 암소로 준비했다. 현대백화점 이헌상 생식품팀장은 "산지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소비 촉진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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