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더위가 찾아오면 아이들이 옷을 흠뻑 적시며 물장난을 치는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 사실 이 분수에서 나오는 물은 한 번 쓴 물을 하루 10번 재활용하는 것이다. 분수를 통해 한 번 뿜어져 나온 물이 광장 주변을 흐르고 나서 분수대 밑 수조로 흘러들어 가면 그 물을 다시 쓰는 구조. 수조에 별다른 정화 장치가 없어 수질(水質)에 대한 우려가 자주 제기되고 있다. 서울광장 분수대도 물 재활용 구조는 같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분수대 지하에는 분수에 쓰는 물을 담아두는 103t 규모의 수조가 있다. 이 수조에 하루 한 번 수돗물을 끌어 담아두었다가 분수용으로 쓰고 난 다음 다시 모아 쓰는 식으로 광화문 분수대를 운용한다. 물은 4~6월에는 1주일에 3번, 7~8월에는 하루 1번 갈아준다. 수조 청소는 4~6월은 한 달에 2번, 7~8월엔 이틀에 1번꼴로 한다.
그런데 분수를 통해 나온 물이 광장 주변 바닥을 흐르고 다시 수조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종종 흙먼지나 나뭇잎, 빵 부스러기 등 불순물이 섞이는 바람에 분수 노즐이 막히곤 해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곤 했다. 그러자 시는 최근 이 수조에 여과망 21개를 설치했다. 양파 등을 담을 때 쓰는 촘촘한 그물 자루. 정화시설을 설치할 예산은 없고 궁여지책으로 양파 자루를 동원한 것이다. 여과망 설치비로 4만원을 썼다. 서울시가 분수대 수질 정화를 위해 쓴 돈은 이게 전부다. 여기에 지난달 광화문광장에 만든 230㎡ 규모의 농사로(路)에서 나오는 흙·먼지·벼이삭 등이 자꾸 분수대 수조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0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광화문광장 분수에서 수돗물 기준(100CFUmL)을 23배 초과한 일반 세균과 총대장균군, 대장균, 분원성대장균군 등이 나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분수대 수질은 아이들 물놀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5월 수질을 측정하니 수소이온농도 7.5, 탁도 0, 대장균 0마리였다는 것. 불순 물질이 많아 여과망을 설치해야 할 정도인데 수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시 직원이 분수대에서 가져왔다고 한 물을 검사한 것"이라며 "물을 교체하고 바로 집수한 깨끗한 물인지 한참 분수를 가동하던 중에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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