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계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저작권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A로 지적재산권 보호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아직도 '불법SW 천국'이미지가 강한 한국시장에 대해 관용적 태도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다국적 SW 업체들이 정부 부처와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저작권 관련 마찰을 빚고 있다.
포토샵으로 알려진 어도비는 지난달 국내 IT업체인 A사가 직원수에 비해 구매량이 턱없이 적다며 추가구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직원수가 100명인데 20개의 SW만 구입했다면, 결국 내부적으로 불법 복제해 쓰고 있다는 것이 어도비측 판단. 이 회사 관계자는 "100만원에 달하는 포토샵 프로그램을 50% 가량 추가 구매할 것을 요구했다"며 "해마다 비슷한 요청이 있었지만 이번엔 통상적 수준을 벗어났다"이라고 말했다.
앞서 MS는 지난달 국방부가 2,100억원 규모의 SW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SW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간판기업 MS가 정부부처를 상대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제조설계 SW업체인 미국 PTC는 자동차부품사 만도와 32억원의 SW 추가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PTC 역시 구입개수에 비해 실제 사용자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구매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공세강화는 한미 FTA가 촉매제가 됐다. 당초 저작권법은 불법SW 사용시 저작권자만 신고할 수 있는 친고제였지만, 한미FTA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반복적인 경우'라는 예외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제3자도 신고할 수 있는 비친고죄에 가까워졌다. 김현숙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정책연구소장은 "법률시장 개방으로 해외 로펌들이 들어올 경우 수익창출을 위해 다국적 SW회사들을 부추겨 저작권 관련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