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31일 찾아간 성심원은 바깥 세상과 소통을 준비하고 있었다. 개원 53년 만에 처음으로 애드벌룬이 하늘에 띄워졌다.
직원들조차 “애드벌룬이 띄워진 광경을 처음 본다”며 신기해 할 정도로 성심원은 은둔의 이미지가 강한 곳. 그런 이곳에 8월1일부터 5일까지 ‘평화, 화합, 상생’을 주제로 ‘제1회 성심 인애(仁愛)대축제’가 열린다.
박민영 인애노인복지센터장은 “그동안 성심원은 세상과 격리된 채 육지속의 섬처럼 지내왔다”면서 “이제 성심원은 그 벽을 깨고 세상과 소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손길도 분주했다. 축제준비로 바삐 길을 재촉하던 사회복지사 이지명(39)씨는 “축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시 바라보고, 어르신들도 이 축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센병은 발달된 현대의학으로 손쉬운 치료만으로 완치가능한 간단한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성심원 직원들에겐 아픈 기억도 많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점에 가면 푸대접을 받기 일쑤였고 대중목욕탕이나 찜질방은 아예 이용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렇게 높게만 보이던 편견이란 벽도 서서히 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간 성심원을 찾는 자원봉사자 등의 숫자는 2500여 명을 웃돈다. 그중에는 해마다 성심원을 찾아 봉사를 실천하는 이도 있다. 전국의 후원자수만 70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성심원 마을이장 노충진(76)씨는 “난생 처음 이곳에서 열리는 축제여서 기대가 크다”면서“대부분의 생활인들이 고령이다 보니 이런 작은 관심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멀리 울릉도에서 이곳을 찾은 자원봉사자 김창현(26)씨는 “어머니가 수년 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데 마침 축제가 열리는 것을 알고, 아들 3형제를 다 데리고 오셨다”면서 “막내 채현이는 벌써 3년 째 이곳에서 방학동안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심원 인근의 지리산고, 간디고, 덕산고교 학생들도 해마다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며 이곳 직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성심원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손자, 손녀 뻘 되는 어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오는 것을 매우 반겨하는 데, 학생들도 정말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심인애 대축제는 8월1일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톨릭 프란치스꼬회 가족의 세계적인 종교행사인 포르치운쿨라 축제(둘레길 걷기)로 문을 연다.
이어 개막식이 열리는 2일에는 도법스님의 생명평화경 특강이 있고, 백지원 명창 국악 한마당이 이어진다. 3일에는 가수 안치환의 공연, 4일에는 광양 포에버오케스트라 한여름밤의 향연, 이해인 수녀와 함께 하는 친구야 너는 아니, 박로즈마리 수녀 등의 공연이 지역주민 등 1만 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다.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성화 특별전시, 성심원 역사사진 전시, 유명작가 그림전시 및 판매, 천연염색, 부채그림 등 체험행사, 먹거리, 지역 특산물 판매 등 성심원 곳곳에서 색다른 볼거리와 체험행사가 마련됐다. 지역 기업들도 대축제에 동참했다. 진주 상공회의소와 진주상의 회원 기업인 (주)장생도라지,(주)무학, (주)신흥, 실키안 등에서 생산 제품을 협찬했다.
진주미술관은 진주교대 윤쌍웅 교수를 비롯한 임봉재, 최영재 화백이 동양화, 서양화, 사진 등 약 1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전시 및 판매를 통해 수익금 전액을 성심원에 기부할 예정이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