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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밥상 때문에 당진에 온다니 감사하죠"
  • 최철규01
  • 등록 2012-10-31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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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가맛집 ‘상록수’운영하는 조희숙씨

"당진

▲당진 송악읍 오곡리에 위치한 '상록수'. 인근에 심훈의 상록수 집필공간인 필경사가 있다.


"우리 식당에서 한 끼 식사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당진까지 찾아오는 분들이 있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죠."
 
충남 당진시 송악읍 오곡리에서 농가맛집 '상록수'를 운영하고 있는 조희숙(63) 씨는 뒤늦게 시작한 식당 일이 힘들긴 해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 나름 보람을 느끼며 사명감도 가진다고 말합니다.
 
'상록수'는 당진에서 나는 신선한 농수산물로 차려진 풍성한 향토음식 체험장입니다. 충남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농가맛집 중의 하나이지요.
 
개업한 지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여름엔 농촌진흥청이 힐링여행 맛집으로 추천할 정도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예약하고 찾아간 식당에서 주인장 조희숙 씨로부터 '상록수 밥상'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편

▲남편 윤병혁씨가 1960년대 농촌계몽운동을 하던 노력지.



1969년 소설 상록수의 채영신처럼 농촌으로 오다
 
그녀는 서울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닌 서울토박이입니다.
 
여고 시절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여주인공 채영신을 동경하다가 우연히 당진에 있는 친구 집에서 친구 오빠인 윤병혁 씨가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인 '박동혁'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야학을 꾸려가며 지역 청년들을 모아 노력회(努力會)를 조직하고, 또 노력지(勞力誌)란 자체 문집을 만들며 활동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조 씨는 1969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진으로 시집옵니다. 그리곤 남편과 함께 과수원과 목장을 운영하고, 조경수를 키우기도 하며 농촌 속으로 파고듭니다.
 

"조

▲조 씨는 생활개선회를 통해 농촌생활을 돌파구를 찾았다고 한다.
 


생활개선회와 함께 농촌여성운동을 하다
 
그러나 여고 시절의 동경과는 달리 그녀가 체험한 농촌 여성의 삶은 피폐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농촌 여성과 도시 여성의 삶이 비교되기도 하고, 때론 도피하고 싶은 마음마저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활개선회 활동과 농촌여성운동을 하면서 그녀는 돌파구를 찾습니다. 스스로 앞장서는 여성운동이 그녀에게는 구세주였습니다.
 
7년간 충남도회장도 했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국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때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여성농업인 지위 인정입니다. 당시까지 농촌 여성은 교통사고를 당해도 농업인보조자 지위밖에 안돼 도시 파출부보다도 못한 보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농촌 여성도 직업여성으로 인정받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 끝에 2008년 그것을 이뤄냈습니다.
 
토지 소유권만 있으면 농촌의 여성도 당당히 직업인으로서 농업인의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다시 여성이 본인 명의의 땅을 갖도록 하는 바람을 일으켜 여성 농민의 지위 향상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상록수

▲'상록수 밥상'을 설명하고 있는 조희숙 씨.


 
당진 농가맛집 상록수 밥상이 꿈꾸는 것
 
그녀는 생활개선회 활동을 그만두기 직전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충남명품밥상으로 개발된 “상록수밥상”을 접목하여 향토음식 체험이 가능한 농가맛집을 해보자는 요청을 받습니다.
 
저자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가 바로 이웃에 있고, 조희숙 씨와 그녀의 남편이 '상록수' 속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아온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망설이는 조 씨에게 농업기술센터는 당진의 자연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도시민이 먹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짠지, 호박, 보리밥, 낙지지짐이, 된장찌개 등 일제 강점기 때 당진에서 먹던 소박하지만 정이 담긴 음식들을 도시 사람들에게 대접하자는 거지요.
 
들깨를 갈아서 된장과 김치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깻묵장, 가을에 무청을 소금과 고추씨로 절였다가 이듬해 요리하는 꺼먹지, 직접 심고 키운 흰팥을 삶고 거칠게 찧어 만든 통팥인절미, 어머니께 배운 친정북어찜과 당진의 명물 실치를 이용한 실치요리, 박속낙지탕, 간재미, 갯줄나물, 곤쟁이젓 등 당진의 해풍과 황토에서 자란 농수산물로 상록수 밥상을 차리게 됩니다.

이렇게 전통과 있는 그대로의 지역 먹거리를 활용한 농가맛집 상록수가 탄생하게 됩니다.

"아트디렉터

▲아트디렉터 이진경 씨가 쓴 메뉴판.

 
상록수의 메뉴판과 음식 소개는 쌈지 아트디렉터 이진경 작가가 한 자 한 자 적은 것으로 눈길을 끕니다.
 
'한 끼 식사 뒤에 찾아오는 진한감동으로 마음의 휴식을 찾는 농가맛집'
 
농촌진흥청이 올여름 상록수를 힐링여행 농가맛집으로 추천하면서 붙인 수식어입니다.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이 곡식이 자라는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눈이 시원해졌던 것처럼, 고향의 맛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 한 그릇이면 마음까지 시원해질 수도 있겠지요.
 
당진 농가맛집 상록수에 가면 정갈하면서도 소박한 고향의 밥상과 소설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온 조희숙 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농가맛집이란?>

농가맛집은 충남농업기술원에서 향토음식 계승 및 농외소득 향상을 위해 ‘충남 향토음식 명품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잊혀져 가는 지역의 향토음식과 음식이야기, 역사 등 농촌문화를 체험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식문화 공간입니다.

농업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예약제로 운영되며 일반 음식첨처럼 화려한 인테리어나 꾸밈은 없지만 농촌의 정과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현재 충남에서는 2007년 '곰섬나루'를 시작으로 12개소의 농가맛집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충남의 농가맛집 지도

 

"충남

▲충남 농가맛집 지도와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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