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년 한국의 자존심이 5시간 만에 사라지다니….”
국보 1호 숭례문이 사라지는 과정을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본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목조 문화재에 대한 관리·방재시스템이 이 정도 수준이냐”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화마에 신음하던 숭례문이 5시간도 채 안 돼 눈앞에서 잿더미로 변하자 11일 숭례문과 주변 도로는 출근자동차와 시민들이 엉켜 북새통을 이뤘다.이날 오전 화재 현장에 들른 수백 명의 시민들은 현장 접근을 막는 경찰에 “너희가 한 게 뭐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정치권 인사들이 현장을 방문해 소방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는 시간에도 “평소에 잘하라”는 야유가 쏟아졌다.숭례문 주변에 10여m 높이의 담이 빠르게 둘러쳐지자 마지막 역사의 현장이라도 기록하려는 듯 시민들의 휴대전화 카메라는 쉴새없이 터졌고, 시민들의 국화 헌화도 이어졌다.시민 김동일(35)씨는 “정말로 전소됐는지 내 눈으로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국보 1호로 우리나라의 자존심이었는데 이렇게 맥없이 무너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허탈해 했다.김명래(45·인천)씨는 “정말로 어처구니(궁궐의 전각이나 숭례문 같은 문루의 기왓지붕에 위치한 흙으로 만든 기묘한 동물모양)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화난 네티즌들은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소방방재청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허술한 문화재 관리와 화재 초동 진압 실패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문화부 홈페이지를 방문한 김환수씨는 “내가 등에 지고 살아가는 이 대한민국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허술하며 치욕스러운지 어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허탈하기만 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안성민씨는 문화부 장관에게 “국보 1호 지키는 돈이 아까우셨습니까? 일본에서 가져간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까지는 못해도 저희에게 있는 문화재만이라도 제발 지켜 달라”는 애절한 글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동시 접속자 수를 100∼200여 명 수준으로 설계한 문화재청 홈페이지엔 동시 접속자 수가 3000명을 초과하면서 이날 오전 2시쯤엔 서버가 한 차례 다운이 되기도 했다.문화재청 게시판에는 문화재 관련 주무 부처임을 감안한 듯 ‘문화재청을 불살라 버리겠다’ 등 더욱 강도 높은 네티즌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소방방재청 홈페이지 게시판엔 “작은 불을 큰불로 만들어 국가 문화재를 소실하고도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늘어놓을 것이냐”며 국민에 사죄하라는 글이 올라왔다.한편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본부 이덕순 홍보위원장은 ‘통곡, 숭례문’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와 “숭례문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시대, 6ㆍ25 때도 소실된 적이 없다”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지고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 복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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