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내 최초로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왕복 1100㎞ 단독 비행에 나섰던 산악인 허영호(52)씨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허씨는 이날 오전 초경량 항공기 ‘스트릭 쉐도우’를 타고 경기도 여주를 출발해 전주를 거쳐 낮 12시10∼20분 사이 전남 완도군 청산도 남쪽 4.3마일(제주 북동쪽 38마일) 상공을 지나던 중 항공기 엔진이 꺼지면서 해상에 불시착했다.허씨는 낮 12시10분쯤 목적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목장에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무선으로 호출하자 “기다려”라는 짧은 답신을 보냈으며 이후 교신이 한때 두절됐다가 “엔진이 꺼져 글라이딩 비행(엔진의 동력없이 비행)을 통해 인근 해상을 지나던 선박 옆에 비상 착륙했다”고 전했다.허씨는 불시착 직후 가스운반 선박인 파나마선적 ‘가스하모니’(3385t급)호 선원들에 의해 곧바로 안전하게 구조됐다.항공기 엔진이 꺼진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허씨는 정해년 새해를 맞아 오전 8시쯤 무게 225㎏, 날개 길이 9m의 ‘스트릭 쉐도우’를 타고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이포 이글비행장을 이륙, 화성∼공주∼전주∼담양∼목포∼완도지역의 150∼500m 낮은 상공을 시속 150∼160㎞ 속도로 날면서 제주왕복 단독비행에 도전했었다.그는 1995년 남극점과 북극점, 에베레스트 등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을 모두 끝낸 뒤 어렸을 적 꿈인 비행기 조종사로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뎌 1998년 초경량 항공기 조종면허증을 땄다◆“엔진떨려 불시착 결심”허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엔진이 덜덜 떨리고 방향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순간에는 아찔했지만 다행히 해상에 큰 배가 보여 불시착을 결심했다”며 “바다 위로 떨어진 순간에도 드라이슈트와 구명조끼 등 다이빙·구명장비를 입고 있었던 데다 다이빙 경력도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허씨는 “혈압 등을 체크해 본 결과 모두 정상이었고 목숨을 구해 준 화물선 항해사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려고 함께 사진도 찍을 만큼 몸은 멀쩡하다”며 “바다 어느 곳에 떨어져도 24시간 근무하는 ‘해경 아저씨’들이 구조해 줬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그는 이어 “엔진과 기체 이상으로 실패했지만 기회가 되면 꼭 비행에 성공하고 싶다”며 재도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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