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북 남원 춘향제가 집행부의 내분과 예산감축 등으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11일 남원시에 따르면 춘향제 개최일(5월 5일)을 50여일 앞두고 있지만 행사를 총 지휘할 제전위원회마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춘향제를 주관하는 춘향문화선양회는 "늦은 감은 있으나 곧 집행부가 조직되면 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시간이 빠듯해 졸속행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춘향제의 위기는 지난 2001년 12월에 불거진 춘향문화선양회의 내분에 비롯됐다. 당시 회장선거에서 탈락한 이모씨는 "회장으로 선출된 장모씨가 임원단 선거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어 1년 4개월여나 지속된 것이다.
최근 법원의 협의조정 결정으로 법정 공방은 면했지만 아직도 양측간에 앙금이 남아 집행부의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춘향제 제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중량감 있는 명망가′를 내세우려는 원로들과 `실무형′을 고집하는 장년층이 팽팽해 맞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더욱이 전북도가 춘향제 지원예산을 지난해 3억원에서 겨우 1천만원으로 대폭 감축한 것도 선양회 관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제전위원회 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춘향문화선양회는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제 2차 위원장 추대위원회의를 갖고 위원장 선출건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춘향문화선양회 공무택 사무국장은 "제전위원장 선출이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간부회의에서 이번주 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안다"면서 "제전위가 늦게 구성되더라도 행사준비에는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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