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의 한 초등학교가 부모의 직업 등학생 개인정보가 적힌 학생명부를 일부 학부모들에게 배포,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4일 포천 I초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일부 교사들이 지난 17일 학부모 총회를 개최한 뒤 학생의 거주지 주소, 가족 이름.관계, 부모의 직업과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적힌 학생명부를 복사해 학부모들에게 배포했다.
이 학생명부는 각 학급 담임이 작성하는 학생가정환경조사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학생가정환경조사서는 매 학년 초 비공개를 전제로 작성된다.
이 학교 김모 교감은 "학급 학생들과 학부모회 사이의 비상연락망이 필요해 일부 교사들이 명부를 작성,배포한 것 같다"며 "부모의 이혼여부, 경제력 등이 드러날수 있는 부모.형제의 이름, 부모 직업 등은 제외시켰어야 하는데 실수가 있었던 것같다"고 해명했다.
김 교감은 또 "일부 학부모는 학생명부를 전교생에게 배포했다고 주장하지만 4개 학급의 학부모회 임원 7명에게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4개 학급 외에 학생명부가 배포된 반이 더 있는지 진상을 파악중이고 나눠진 명부는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S씨는 "학교측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학생지도에 꼭 필요하다며 가정환경조사서를 세세한 내용까지 기재토록 했다"며 "본인 허락도 없이 부모의직업 등이 적힌 명부를 복사해 공개한 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분개했다.
또다른 학부모 K씨는 "배포된 학생명부때문에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우월의식까지 조성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되는 바람에 잘 모르는 사람이 전화해 무리한 부탁을 하는 등 황당한 일을 당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K씨는 이어 "최근 초등생 납치.피살 사건이 잇따르는 마당에 이처럼 가정환경이낱낱이 공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환경조사서는 철저히 비공개를 원칙으로 작성되며학생지도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모 직업이나 최종학력, 본관 등은 가급적 기재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공개되서는 안될 가정환경조사서를 바탕으로 명부를작성.배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따르는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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