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연대 미상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의 극중 무대가 태안군 남면의 청포대해수욕장과 마주하고 있는 원청리(105세대)라는 주장이 나와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고 있다.
마을에서 오래 전부터 구전되던 ‘용새골’, ‘묘샘’, ‘덕바위’, ‘궁앞’, ‘안궁’이라는 지명도 요즘들어서 더욱 어민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마을 사람들은 이 지명을 ▲용새(龍塞)골은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상륙한 골짜기’로 ▲묘(卯)샘은 ‘토끼의 간을 씻었다는 샘’ ▲덕(덕장 : 물고기를 볕에 말리는 곳)바위는 ‘토끼의 간을 널어 말린 바위’로 ▲궁앞(宮前)은 ‘용궁 앞’으로 ▲안궁(內宮)은 ‘안쪽에 있는 궁’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구전을 들어 온 이 마을 60∼70대 노인들에게는 자라의 우직한 성격처럼 ‘원청리는 토끼가 살았던 마을’이란 믿음이 굳어져 있다.
덕바위에서 육지 쪽으로 500m쯤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위치한 이 같은 지명은 원청리가 나오는 행정지도만 펴 봐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더욱이 100여평 크기의 덕바위는 소설 속에서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肝)을 찾아 육지로 나섰던 자라(별주부)가 웅크린 형상을 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마을 사람들은 7년전 이 곳에 경지정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음력 정월이면 덕바위 앞에서 토끼의 잘못을 빌고 용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용왕제’를 올리기도 했다.그러나 지금은 용샘은 사라지고 마을의 오랜 전통인 용왕제도 그 맥이 끊겨 남면사무소는 이 지역에 ‘별주부전 수중공원’을 만들어 관광상품화를 꾀할 계획이다.
고향인 이 마을에서 이장 일을 하는 김생우씨(43)는 “우리 동네가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토끼가 살던 곳이라는 말은 어려서부터 자주 들었다”며 “정말 그런 것인지 늘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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