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자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로 위기탈출을 모색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4번째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2011년에 재정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OECD가 3월 22일 발표한 ‘재정 건전화를 위한 준비(Preparing Fiscal Consolidatio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OECD가 G20과 OECD 회원국, 대륙별 대표 신흥국 중 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정부 재정수지를 추계한 결과 노르웨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64퍼센트의 흑자를 기록해 가장 우수했고 스위스(-0.74퍼센트), 뉴질랜드(-1.18퍼센트), 한국(-1.82퍼센트)의 순이었다.
OECD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재정적자는 GDP 대비 -8.16퍼센트였다. 이를 감안할 때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재정상태는 매우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국가들이 위기 이후 국가채무가 GDP 대비 1백 퍼센트를 넘어섰고 중·장기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OECD 조사 결과 지난해 재정적자가 심각한 국가는 주로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거나 복지비용 문제가 산적한 초강대국들이었다. 조사 대상 32개국 가운데 국가부도 위기를 경험한 아이슬란드와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각각 GDP 대비 -15.66퍼센트와 -12.66퍼센트에 달했다. 영국(-12.63 퍼센트), 미국(-11.20 퍼센트), 스페인(-9.58 퍼센트), 일본(-7.36퍼센트)도 지난해 재정난이 심각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OECD는 2011년 각국 정부의 재정 전망에서 G20에 소속된 주요 16개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2011년에 GDP 대비 1.1퍼센트의 흑자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GDP 대비 -0.3퍼센트, 브라질은 -1.8퍼센트, 인도는 -8.2퍼센트, 미국은 -9.4퍼센트, 일본은 -9.5퍼센트, 영국은 -12.5퍼센트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연간 GDP의 1퍼센트 이상을 긴축해도 2017년은 돼야 균형 수준에 근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 조기 극복에도 불구하고 2009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재정 건전화를 위한 추가 조치 없이도 재정균형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염려가 높아져왔다. 더욱이 10년 전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나라로선 이 같은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국가부도 위기를 맞이했던 그리스의 경우처럼 국가재정 문제가 심각한 나라도 있다. 그리스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 이미 국가채무가 95.6퍼센트에 달했고, 2009년에는 1백12.6 퍼센트가 됐으며 2011년에는 1백35.4 퍼센트로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는 물론 국제 금융시장이 이를 크게 우려해 전 세계 주가가 한바탕 요동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7년 말 30.7퍼센트에서 2009년 35.6퍼센트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2010년에는 36.1퍼센트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2013년에는 35.9 퍼센트로 하락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이나 개도국과 비교해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국가채무 수준 자체도 절반 이하로 낮다.
더구나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조만간 국가채무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10년 예산안 편성 때부터 ‘경기회복 지원’ 이외에 ‘재정건전성 관리’를 재정정책 목표로 설정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를 지난해(GDP 대비 5퍼센트)의 절반 수준인 2.7퍼센트로 크게 줄인 바 있다.
이번 OECD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왔다. IMF가 지난해 말 작성한 ‘G20 회원국의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G20 국가 가운데 5번째로 건전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G20 국가 가운데 7번째로 양호하다. 또 2014년에는 재정수지가 GDP 대비 2.4퍼센트 흑자가 될 것으로 평가받았다.
기획재정부 홍동호 재정정책국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재정 확대정책을 추진한 결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하고 주요 선진국들도 국가채무가 급속히 확대됐다”며 “이런 가운데 OECD와 같은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높게 평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홍 국장은 “이는 대한민국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더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기반확충 노력을 펼쳐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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