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선 1990년 충남대에 5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원을 쾌척했던 ‘김밥 할머니’ 고(故) 이복순(李福順)씨를 기리는 흉상 제막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이광진(李光鎭) 충남대 총장은 유가족과 학교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막식에서 “할머니는 우리에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며 “큰 사랑을 실천하신 할머니의 정신은 밝은 세상을 가꾸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타계한 지 10년 만인 지금에서야 뒤늦게 흉상이 만들어진 데는 사연이 있다. 현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은 이 할머니의 재산 기부가 계기가 돼 건설이 추진됐지만 경기 침체로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건설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다가 정부 지원을 받아 준공됐다. 충남대는 착공 당시엔 건물 이름을 이 할머니의 법명을 따 ‘정심화(正心華) 국제회관’이라고 정했지만 2000년 준공을 앞두고 돌연 ‘충남대 국제문화회관’으로 바꿨다. 건설 재원 대부분이 국고로 충당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처사에 대해 “김밥 할머니가 건물의 주춧돌을 놓았는데 너무 매정하다”는 비판이 줄곧 교내외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정심화라는 이름을 되찾게 됐고, 건물에 어울리는 흉상도 세워지게 됐다. 충남 홍성 태생의 이 할머니는 39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대전에서 김밥 행상을 하면서도 외아들을 뒷바라지하는 한편 억척스럽게 한푼 두푼 돈을 모아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 할머니는 76세이던 1990년 “재물은 만인이 공유할 때만 빛이 난다”며 외아들에겐 집 한 채만 물려주고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증했다. 충남대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국제문화회관을 지었고 ‘정심화장학회’를 설립, 해마다 20여명의 학생에게 30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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