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의 학교에도 어김없이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도시의 아이들은 캠프장으로, 학원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지만 농촌 학생들은 그렇지도 못하다.한 농촌 초등학교의 겨울방학 풍경을 들여다봤다.
“도미도솔/솔라솔도미/파파미/레솔도…”
12일 오전 10시께 은은한 7음계가 흘러나오는 산청 생비량초등학교 2층 돌봄 교실. 한 손에 채를 들고서 2학년 어린이 두 명이 진원현(61)교사가 불러 주는 음이름에 맞춰 실로폰 연주를 하고 있었다.
“자, 다시 해보자.” 자상한 미소로 아이들의 연주를 지켜보던 진 교사는 다시 한 번 음을 불러 주며 박자를 맞췄다. “잘 하네, 그렇게 하면 돼.” 진 교사의 칭찬이 이어지자 두 명의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뿌듯해 했다.
바로 옆 교실에는 1학년 학생 4명이 수업에 한창이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서로 순서를 정하며 낱말을 맞추고 있었다.
이 학교 유일한 4학년인 민선규(11)군은 올 해 워드1급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3, 5학년 6명과 함께 컴퓨터 교실에서 워드프로세서 문서작업을 배우고 있다. 그 옆교실에서는 6학년들의 수학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방학에도 학교에 나올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1학년 김시원양은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함께 있으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면서 “특히 친구들과 오랫동안 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은진양도 “음악도 배우고, 컴퓨터로 타자연습을 배우고 난 뒤 재미있어졌다”며 “ 학교에 오래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산청 생비량초등학교는 지난 9일부터 겨울방학을 맞아 희망캠프를 열고 있다. 생비량초교는 생비량면 일대의 유일한 초등학교다. 전교생은 23명이 전부다. 전교생 모두가 학교에서 진행되는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전교생이 생비량면 일대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아이들은 방학에도 또래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방학에도 학교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학년 김희정 지도교사는 “외진 농촌 지역이다 보니 아이들이 방학에도 학교 외에는 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도시의 아이들은 방학에 학원에도 가지만 여기 학생들은 그조차도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희망캠프는 3~6학년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1~2학년 저학년 학생들은 돌봄 교실에 참여한다. 학년별로 교과심화보충학습과 음악, 컴퓨터 교실 등 특기적성교육을 받는다.
생업에 바쁜 학부모들도 한시름 놓게 됐다. 만족도 역시 상당히 높다. 자녀의 특기적성 계발은 물론 사교육비 부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최미연 교장은 “워낙 외진 지역이기 때문에 강사를 모시기조차 쉽지 않다”면서도 “조손 가정 등 마땅히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는 가정도 있어 학교가 아이들에게 배움터이자, 놀이터, 집처럼 아늑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학 프로그램에는 이 학교 7명의 교사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정년을 불과 몇 개월 앞둔 교사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열정으로 생비량초등학교는 열악한 농촌 마을의 교육환경을 극복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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