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객들 출입·답압 등 환경 훼손 방지용...공원사무소, 토속신앙 의미 살린 아이디어
지리산 천왕봉에 금줄이 둘러처져 있어 많은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해 천왕봉 인근 훼손복원지 670㎡를 보호하기 위해 6000개를 설치한 사실을 알리려고 최근 막대를 세우고 줄을 쳤다. 사무소가 친환경적인 황마줄을 사용해 마치 금줄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무소는 '이 선을 넘어가시면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지도…'란 글을 적은 리본 수 백개를 줄에 달았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천왕봉(1915m)은 우리나라 탐방객 특유의 정상정복형 탐방행태로 인해 오래 전부터 많은 답압(발로 밟는 힘, 압력)에 따른 식생 훼손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지난 2008년부터 천왕봉 특별보호구 훼손지에 대한 복원사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11년 4월에 설치한 출입통제시설인 ‘대나무못’은 기발한 발상과 실제 식생 복원효과(통기성 향상, 습도 항상성 유지 등)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으며 각종 우수사례로 꼽혀왔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서 이 대나무못들이 눈에 파묻혀 제 구실을 못 하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이 출입통제시설들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기존 지주에 대나무지주(1.5m)를 보강하고 로프를 설치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벗어나지 않으나 심리적 경계를 유도하는 기능을 끌어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단순히 울타리를 세우고 줄을 친 것이지만, 황마로프와 출입금지 리본으로 인해 ‘금줄’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이 ‘금줄’을 착안한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 권재환 주임은 “친환경적인 소재와 제작 단가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던 지리산, 그리고 이 곳의 주봉인 천왕봉이니만큼 이러한 토속적 신앙의 의미도 되살린 아이디어 ”라고 전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측은 "서낭당의 금줄은 신성한 곳임을 표시하고 부정한 사람과 잡귀의 접근을 막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런 금줄과 같은 의미로 설치한 황마줄을 넘어 훼손복원지에 출입하는 탐방객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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