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765㎸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저지 투쟁을 벌이던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70대 주민이 공사현장 인근에서 분신해 숨졌다.
밀양시 해당지역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으며, 한전의 공사 강행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7일 밀양경찰서와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8시 10분께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철탑공사 현장 인근에서 이모(74)씨가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분신했다. 이씨는 분신 직후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씨는 오전 5시께부터 주민 40여명과 함께 한전 용역직원 50여명과 현장에서 대치하다 오후 4시께 인부들이 포클레인 장비 등을 남겨 두고 철수하자 이를 치울 것을 주장하며 극렬하게 항의했다. 이후 집에서 휘발유통을 갖고 와 두 차례 분신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에게 저지됐으며, 오후 8시께 자신의 몸에 기름을 끼얹으며 분신했다.
김응록 765㎸ 밀양시 산외면 대책위원장은 “이씨는 한국전력 용역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굴착기 등을 치울 것을 요구하며 항의했으며 이후 용역업체 직원이 거의 빠져 나간 다음 이씨가 ‘송전탑 문제를 혼자 해결 하겠다’고 말한 뒤 분신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족과 주민들은 이씨의 시신을 현장에 보존한 채 오후 1시께 분신 현장에서는 검사의 지휘 아래 검안의사가 직접 시신을 검안했다. 밀양시 산외면 등 4개 면의 송전선로반대 주민대책위원장과 시민단체 대표 등 7명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765장’으로 유족과 장례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빈소는 현장에 마련됐다.
우일식 장례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압 송전선로 문제 해결을 위한 고인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장례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면서 “한전의 강압적인 공사와 정부의 방관이 결국 희생자를 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즉각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들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경인건설단 송전건설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송전탑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 공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면서 “주변상황이 정리되는대로 요구사항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밀양경찰서는 병력을 배치해 현장을 통제하는 한편 목격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밀양 765㎸ 송전선로는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영남지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다. 주민과 한전측의 갈등은 지난 2000년 1월 정부의 제5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765㎸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계획이 확정되자, 이를 인지한 주민들이 2005년 12월 상동면 여수마을에서 처음으로 반대 집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모두 162기의 송전탑을 설치는 이번 공사는 밀양지역에만 69기가 들어선다. 주민들은 ‘전면 백지화’로 맞서고 있으면서 현재 130여명이 한전측으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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