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는 지난 11일 기업은행 서울 성동지점 차장에서 부지점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이씨가 은행 부지점장으로 승진하기까지는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씨는 지난 1983년 기업은행 운전기사로 취직해 7년간 핸들을 잡았다. 그는 평생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에 열관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 이듬해부터 기업은행 성동지점 별정직 보일러공으로 일했다.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지점의 잡무도 도와 그의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양에 차지 않았다. 매일 보는 은행원들이 부러웠다. 정식 은행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인덕전문대 사무자동화학과(야간)를 졸업했다. 그리고 1998년 꿈에도 그리던 은행원(기술계)이 됐다. 하지만 '별정직 보일러공 출신'이란 꼬리표가 그를 고민스럽게 했다.
기술계라 고객상대 업무는 제도적으로 맡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전문 기술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서울산업대에 편입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마음을 다잡고 금융자산관리사, 선물거래상담사 등 금융관련 자격증을 9개나 땄다. 마흔세 살이던 2002년 은행에 들어온 지 20년 만에 본격적으로 고객상대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진짜 은행원이 된 것이다.
애초 영암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상경했던 그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했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지만 빛이 안보여 그는 다시 모아둔 돈을 들고 고향에 내려와 영암종고(26회)를 나왔다.
그리고 군제대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운전면허를 딴 것이 기업은행과 운전기사로 인연을 맺은 것이다. 기업은행 생긴이래 운전기사, 보일러공이 부지점장이 된 건 처음이다.
그는 정식 은행원이 된 후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는 등 열심히 했다. 차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500억의 예금을 유치하는 등 그의 노력이 돋보여 ‘예금 왕’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7시에 출근해 보일러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간부직이 됐지만 키워준 은행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그 일에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28년간 은행원으로 몸담으며 정년퇴직을 2년을 앞두고 있는 이씨는 "저와 같이 어렵게 성장한 분들을 위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며 "저처럼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퇴임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