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파괴돼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어린 환자들이 한국군 진주 이후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열사의 나라에서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근무했습니다"
이라크에서 6개월 동안 전후복구와 의료지원 임무를 완수하고, 지난 16일 귀국한 서희, 제마 부대 1진 병력은 낮기온이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데 대해 이렇게 만족감을 피력했다.
이들 부대가 이탈리아군과 루마니아군이 관할하는 이라크 나시리아에 도착한 지난 4월 당시 학교와 병원은 주민들의 약탈로 의자와 책상, 출입문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학교 수업이 중단되고, 병원은 위생불량으로 피부병을 앓거나 전쟁 중 포탄 파편이 온 몸에 박힌 주민 등이 찾아왔으나 의약품이 없어 환자들을 도저히 치료해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서희부대는 주둔 직후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배수구가 파괴된 뒤 10년 이상 방치돼 도로 곳곳에 오폐수가 넘쳐 흘러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현장을 목격, 한국에서 갖고간 중장비들을 동원해 배수구 7개를 정비한 덕택에 마을의 악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김일영 서희부대장(3사 19기.육군 중령)이 전했다.
서희부대는 또 현지 주둔 미군으로부터 20만달러(약 2억4천만원)를 지원받아 불타거나 파괴된 6개 학교 건물을 다시 세우고, 의자와 책상, 칠판을 새로 장만해 지난 달 13일부터 정상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서희부대가 나시리아 일대의 파괴된 현지 병원들을 돌며 복구활동을 펴는 사이에 제마부대는 병영 안에 30병상급 야전병원을 설립, 병마와 싸우며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던 주민들을 진료하고 의약품을 나눠 줘 건강한 모습을 되찾도록 했다.
일교차가 30도나 되고, 낮 최고 기온이 57도를 기록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헌신적인 구호활동을 편 서희, 제마 부대원들의 노력은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냈다.
부대원들이 태극기를 게양한 차량으로 이동할 때마다 환한 표정의 주민들이 도로변으로 몰려나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코리아 굳"을 외치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이 일상적인 광경이 됐다는 게 부대원들의 전언이다.
주민들은 또 나시리아에 파견된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미국 군대에 비해 한국군이 월등히 고맙다며 `이라크의 영원한 벗′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칭송을 수시로 했다고 김 부대장이 말했다.
한편 부대원들은 파병 초기 전기시설과 화장실 등이 전무한 상황에서 텐트생활을 하느라 일사병 환자들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으나 지금은 막사 안에 에어컨과 TV세트, 냉장고, 컴퓨터 등이 준비돼 큰 불편 없이 근무하고 있다.
서희부대가 설립한 `사랑의 기독학교′에서 주민들에게 전기용접 기술을 전수하고 돌아온 박정렬 일병(25)은 "초기 3∼4개월 동안 뜨거운 낮기온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동료들이 많았으나 막사가 완공된 이후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겁게 근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둔여건이 이렇게 개선되고 매월 상당액의 급료와 수당이 지급되는 데다 구호활동에 고마워하는 현지 주민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던 탓인지 1진 병력 가운데 상당수 병사들은 근무교대 당시 잔류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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