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창원대학교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번 법원판결 이후 공식적인 회의석상에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의 여론수렴 등을 통해 앞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창원대 총학 관계자는 “정확한 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해 아직 구체화된 입장을 정리할 단계는 아니지만 (판결문 분석을 거쳐) 총학 운영위에서 추후 대응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창원대의 경우 지난 2009년 8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기성회비 반환 소송단을 꾸린 사례가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었다. 이번 승소판결 이후에도 총학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신중한 편이다.
창원대 김모(22) 학생은 “1999년부터 기성회비를 폐지한 사립대와 달리 국·공립대는 등록금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받아왔다”면서 “정부가 기성회비를 묵인한 측면이 있지만 결국 최종 책임은 대학기성회에 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권리를 위해서라도 학생들이 소송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경상대학교 총학생회도 2차 소송인단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경상대학교 총학 관계자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바는 없지만 기성회비 반환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2차 소송인단 모집 등 추가적인 소송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국·공립대 기성회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판결과 관련해 도내 야권도 지지 입장을 밝혔다.
30일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등록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성회비의 징수·관리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점을 악용해 기성회비를 등록금 인상의 도구로 삼아 온 고질적 문제가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판결의 사회적 의미가 기성회비 제도의 미비,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한 사립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넘어 ‘기성회비가 사실상의 등록금’이라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문제 뿐만 아니라 등록금으로 둔갑한 기성회비가 편법으로 사용되는 동안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번 ‘기성회비 반환소송 판결’이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촉발이 될 것으로 본다. 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운동에 도민들과 함께 전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앞서 소송에 참가했던 기존 8개 국공립대학 외에도 전국적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부당하게 쓰인 기성회비에 대한 반환청구소송 운동을 대규모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2~3%만 인하한 것은 경제난과 체감경기 악화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인상에 가까울 것"이라며 "대학들이 감사원이 제시한 수준인 12% 이상으로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대련은 기성회비 반환과 등록금 12% 인하를 위해 3월 말 전국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반값등록금 대학생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국·공립대에 기성회비 인하에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을 요청했다. 법원이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교과부는 또 아직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인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이번 판결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대학 측은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내 한 국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현실화하지 않은 채 기성회비를 올려 등록금을 인상토록 해왔다 ”면서 “기성회비에 법적 문제가 있었다면 교육당국에서 미리 제동을 걸고 손질을 했어야 하는데 대학만 뭇매를 맞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7일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기성회비를 돌려받으려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해야 하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민법상 소멸시효는 10년이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2심·3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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