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시한폭탄을 몸 안에 품고 사는 젊은 직장인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국내 성인의 고위험 음주율이 2005년 14.9%에서 2010년 17.2%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이 중 30, 40대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각각 21%, 20.3%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고위험 음주는 일주일에 2회 이상, 한 번에 소주 7잔(여성 5잔) 이상을 마실 때를 말한다.
강북삼성병원 신호철(가정의학과) 건강의학본부장은 “젊은 층은 고지방식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에 익숙하고, 절대적인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환경에 동시에 빠져 있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젊은 직장인에게 대사증후군이 드물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성인병의 화약고'라고 부른다. 지난해 본지 기자와 만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엘리세오 구알라 박사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스트레스·음주·흡연에 동시 노출되는 젊은 활동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라고 말했다.
당장 문제가 없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유승호 교수는 2007년 직장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이 없는 건강한 30대 직장인 4779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건강검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던 직장인 남성 100명 가운데 15명 정도가 약 2년 안에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흡연을 많이 하고 나쁜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대사증후군에 더 많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이 20세 이상 성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요인을 연구했더니 폭음 횟수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60% 이상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미국심장학회지', 2004). 나이가 젊을수록 더 폭음을 많이 했다. 젊다고 건강을 자신하다가 큰코 다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배리 크래머 암예방정책관은 “한국과 같이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이 육류 섭취를 과도하게 하고, 음주·흡연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놓인 국가를 본 적이 없다”며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대사증후군의 환경 위험요인을 줄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사증후군 검진과 상담을 받으려면 병원에 있는 건강검진센터나 보건소의 전문관리센터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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