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에서 사업을 해 벌어들이는 현찰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자리 잡은 본사에서 수금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자회사 배번캐피털에서 관리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8.84%의 법인세를 매기지만 네바다는 법인세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1100억 달러에 달하는 현찰에서 나오는 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배번캐피털은 직원 10명에 불과한 명목상의 회사다. 반면에 연구개발(R&D)은 캘리포니아에서 하면서 1996년 이후 4억 달러 이상의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애플은 국제적인 절세 기법도 잘 활용한다. 대부분의 임원과 제품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자사 이익의 70%를 미국 외에 묻어두는 방법을 찾았다. 대표적인 방식이 '더블아이리시 더치샌드위치'로 불리는 세금 회피 방식이다.
2개의 아일랜드 자회사와 네덜란드 자회사가 중간에 낀 이 방식의 실체는 대략 이렇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아일랜드 국적의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 자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
네덜란드는 판매세가 낮은 데다 아일랜드와 이중과세 방지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낮은 판매세만 낸 뒤 아일랜드 자회사로 간다. 이 회사는 애플이 아일랜드에 세운 또 다른 자회사에 특허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송금한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12.8%의 세금을 물린다.
이익금을 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아일랜드 자회사에 놔두면 애플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밖에도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되는 음악·동영상·앱 등의 대금을 룩셈부르크에서 받는다. 이곳에서는 전자상거래에 세금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룩셈부르크 자회사의 매출은 전체 아이튠즈 매출의 20%인 10억 달러에 달했다. NYT는 “애플은 1980년대부터 '더블 아일랜드 더치샌드위치'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제품뿐 아니라 세금 회피에도 파격적인 혁신을 선보였다”며 “월마트가 지난해 59억 달러의 이익 가운데 24%를 세금으로 낸 것과 비교하면 애플 같은 글로벌 IT 업체의 세금 회피는 너무 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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