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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루돌프 폰 예링의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 출간
  • 김만석
  • 등록 2022-03-31 16: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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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념 법학을 비판해 현실 법학의 선구가 된 책


▲ 사진=문예출판사




철학·사상,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전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들을 엄선한 ‘문예인문클래식’ 시리즈의 세 번째 책,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이 출간됐다.


문예출판사는 1872년 빈대학을 떠나며 고별 강연을 남긴 루돌프 폰 예링의 강연 원고를 대폭 보완한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을 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책은 초판 출간 20년 만에 20여 개국에서 21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지금까지 50여 개 이상 언어로 번역됐다.


이번에 문예인문클래식으로 발간되는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은 예링 사후 출간된 마지막 판본인 11판의 새 번역이다. 권리로 번역되던 ‘Recht’를 ‘법과 권리’로 바꾸는 등 제목에서부터 정확하고 엄밀한 번역으로 공을 들였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풍성한 옮김이 주와 해설을 담았다.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은 학문적 위상을 고려하고, 독자들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옮김이가 법 이론 및 철학, 예링의 생애, 예링 법학의 궤적 등을 담아 해석·정리했다. 예링의 개념과 용어가 낯선 독자에게 친절하고 적확한 가이드가 돼줄 것이다.


예링은 자신의 권리가 경시되고 유린당하면 자신의 인격까지 위협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또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도울 방법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자신을 벌레로 만드는 사람은 나중에 그가 짓밟힌다고 불평할 수가 없다”는 칸트의 말을 인용하며,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자신의 권리에 무감각한 사람, 나아가 이를 타인이 멋대로 휘두를 수 있게 내버려 두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인간의 의무’를 위반하는 중대한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을 ‘고상한 시’, ‘품격의 노래’로 상찬하는 예링의 법학은 철학적 추상성을 토대로 하거나 법을 수학의 체계로 보는 개념 법학과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예링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예로 들며 법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껏 법률과 증서를 토대로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내라고 요구한 샤일록은 악(惡), 살을 베는 것은 인정하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포샤는 선(善)으로 해석돼왔다. 하지만 예링은 이 둘 모두를 비판한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의 살을 떼는 계약이 무효라는 소박한 감각을 결여한, 개념 법학에 종속된 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인 권리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당할 때,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은 시작된다. 예링에게 부당한 권리 침해에 재판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무이자 사회에 대한 의무다. 예링은 개인적 차원의 권리 투쟁이 개별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개인적 차원의 권리 투쟁이 사회적 차원의 권리 투쟁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이 모여 종국에는 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예링은 법에 관한 기존의 선악 관념을 뒤집어 현실 법학의 관점과 토대를 마련했다. 현실에 밀착해 개인 권리를 옹호하는 예링의 법철학은 150년을 뛰어넘어 법학 분야 최고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즉 “투쟁에서 너의 법과 권리를 찾아라”란 명제가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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