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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나무, 말라리아는 남과 북이 없었다
  • 박종석
  • 등록 2012-05-08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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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남북교류협력 10주년 맞아
인도적 사업, 사회문화교류 사업 집중 뜻 밝혀
지난 2002년 6월 경기도는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북한 양강도에 지붕 개량재와 경운기 200대, 축구공 2002개를 전달했다. 경기도에서 추진한 최초의 인도적 지원 사업. 그렇게 시작된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올해 출범 10년을 맞았다. 중앙정부의 통일정책을 지원하고 나아가 한반도 통일 기여를 목적으로 시작된 경기도의 남북교류 협력 사업이 지난 10년간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봤다.
 
경기-평양미가 가져다 준 화합의 결실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본격적인 국면을 맞은 것은 2003년 12월이었다. 경기도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교류의향서를 교환하고 2004년 4월 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양측의 교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갔다. 이를 토대로 도는 2004년 황해북도에 농기계와 의료장비 등을 지원하기 시작해 2005년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당면식품가공공장 건설하는 등 교류 폭을 확대해 나갔다.
 
경기도의 남북 교류사업이 거둔 첫 번째 결실은 ‘경기?평양미’였다. 2005년부터 평양시 외곽 룡성구역에서 벼농사 시범사업을 벌인 경기도는 2006년 ‘경기-평양미’ 1톤을 인천항을 통해 국내에 반입했다. 경기-평양미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이 공동으로 수확한 쌀로 남·북간 신뢰와 화합의 상징이 됐다.
 
경기-평양미 성공에 힘입은 경기도는 2005년 3ha에 불과했던 시범단지를 평양시 인근 당곡리로 옮겨 2006년 100ha, 2007년 200ha로 재배 규모를 늘려갔다. 봄, 가을에는 경기도 대표단이 대규모로 방북해 남북공동으로 모내기와 벼 베기를 했으며, 남측 기술진의 아낌없는 지원과 북측 협동농장 주민의 적극적인 협력 속에 ha당 남한평균 벼 수확량 5톤을 넘는 5.12톤을 수확하는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07년 도는 경기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평양시 당곡리 주민들이 보내온 경기-평양미 2톤을 2kg씩 소포장해 실향민 단체 등 여러 단체에 무상으로 골고루 나누어 주며 남북협력사업의 결실을 전 도민과 나누기도 했다.
 
벼농사와 함께 진행된 당곡리 농촌현대화사업은 분단 이후 최초로 남한의 자재와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북한 농촌 현대화사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06년 시작된 농촌현대화사업 당곡리 협동농장의 안정적인 자립기반 구축을 위해 농로 포장(1.5km), 진입로 포장(2.2km), 주택 개보수(59세대), 농기계수리센터 신축, 도색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중점 추진하며 북한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밖에도 벼 도정을 위해 1일 28톤 도정능력의 도정공장과 1,086톤의 벼를 보관할 수 있는 곡물창고를 당곡리 협동농장에 설치해 안정적으로 벼농사 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의료보건 서비스 향상을 위해 팜 뱅크를 활용하여 구충제, 지사제 등 60여종의 의약품(6천만원 상당)도 지원했다.
 
국경 없는 말라리아, 남북 공동 방역으로 퇴치
경기도의 남북교류 협력 사업은 벼농사 뿐 아니라 방역사업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경기도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말라리아 매개모기 퇴치를 위해 2008년 북한과 협약을 맺고 공동방역 사업을 시작했다.
 
남한에서 방역에 필요한 기계와 약품을 북한에 지원하고 모기 발생시기인 6월부터 9월까지 휴전선과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공동 방역을 하자는 것이었다. 한 쪽만 방역할 경우 방역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온 현실적 합의였다
.
2008년 남북공동방역사업 시행 이후 2007년 1,007명이었던 경기도의 말라리아 환자 발생 수는 2008년 490명으로 급감, 사업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 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남북관계 경색으로 제때에 방역물품을 지원하지 못한 방역사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며 잠시 위기에 봉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방역사업의 효과를 인정한 정부의 도움으로 경기도는 지난해 정상적 공동방역사업을 실시했고 결과는 2010년 818명이었던 말라리아 발생환자수를 다시 391명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북한 민둥산에 나무를 심자
2009년 북한은 장거리 로켓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한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경기도의 남북교류사업도 중단됐다. 벼농사도 현대화사업도 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2008년 새롭게 시작된 묘목사업이 아쉬웠다. 경기도는 훼손된 북한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2008년 5월 개성시 개풍동에 양묘장을 만들었다. 개풍동 양묘장에는 비닐하우스 온실 3개 동과 관리동 등이 마련돼 있으며 양묘장 인근 9ha에는 경기도에서 지원한 백합나무, 밤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 총 45만 7천주가 식재돼 있다. 양묘장 사업은 직접 지원보다는 북한 자력으로 산림녹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 도는 양묘장 사업이 성공할 경우 북한의 자연 생태계 복원과 여름철 수해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9년 9월 개풍 양묘장을 다녀온 건국대 환경과학과 김종진 교수는 “양묘장 초입에 들어섰을 때, 남북 공동 작업으로 조성된 백합나무를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현지 관리인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대북사업의 결과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최근 소식을 전했다. 도는 올해도 관련 사업예산을 편성, 사업 진행을 기다리고 있다.
 
인프라 지원 등 몇 가지 사업은 중단됐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경기도의 인도적 지원은 꾸준히 진행됐다. 2009년 긴급 구호 사업으로 옥수수 2,500톤을 지원한 경기도는 2010년 개성 지역에 밀가루 300톤을 지원했다. 개성시 지원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수재지원으로는 지자체 최초로 이루진 것이며 도는 같은 해 1월 연탄 10만장을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을 통해 지원했다. 또한 영유아들의 영양부족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2010년 분유 14,000캔을, 2011년에는 영양죽 17만개를 황해북도 지역에 지원했다. 특히 분유를 전달한 한 민간단체 대표는 북측으로부터 많은 아이들이 건강을 찾았다며 고마워했다는 후일담을 전해오기도 했다
 
어떤 과제를 남기고 있나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 10년은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성장가능성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는 도가 가지고 있는 농업 기술과 방역이라는 구체적 기술을 통해 북한과 교류를 성사시켰다.
 
정치와 안보라는 틀만 빼면 인도적 차원에서의 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지자체간의 교류는 향후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통일재원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 경기도의 판단. 그러나 지자체간의 교류는 사업의 지속성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2009년과 10년 일어난 남북관계 경색으로 경기도의 남북 교류 사업은 상당수 중단 사태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주시하며 다양한 인도적 지원 사업, 사회문화교류 사업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대한 정치, 안보와 관련된 분야는 피하고 통일 후를 대비할 수 있는 남북간 주민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해 개성한옥보전사업, 남북한 도자기 교류사업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비정치적인 문화교류와 의료분야 등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개성한옥보전사업은 개성지역에 남아 있는 한옥을 보전, 개성지역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이다. 현재 개성지역의 한옥보전지구는 개성 남대문으로부터 북부도로를 따라 1㎞정도에 거쳐 300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0-600백년 이상 된 가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 한옥을 방치할 경우 한옥지역에 대한 난개발 등이 진행 될 수 있어, 보전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도는 북측과 협의를 통해 개성지역 한옥에 대한 사전조사와 연구, 보전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유엔에 타운(town)개념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료분야는 법정전염병인 결핵과 B형간염 예방사업 등 지원 분야를 대폭 확대하고, 기존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에 강원도를 참여시켜 휴전선 전체에 말라리아 방역벨트를 형성할 계획이다.
 
경기도 남북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돌아보면서 장기간 부진했던 사업을 폐기하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우선순위로 두는 등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라며 “당장 급작스런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장기적 관점의 교류협력 사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9일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남북교류협력 10년을 기념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독일과 중국, 베트남 등 국제전문가들이 참여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 10년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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