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희 크로스를 박주영이 받아서 헤딩으로 골인!”
한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를 이겨내는 시원한 첫 골이 터지자 새벽잠을 설치며 TV를 지켜보던 온 국민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진주시의 조그마한 마을도 마치 축제인냥 들썩거렸다. 첫 골을 터트린 박주영도, 결승골을 터트린 김보경 때문만이 아니다.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전 1시 15분 영국 코번트리의 시티 오브 코번트리 경기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에서 복병 스위스를 누르고 8강 진출에 성큼 다가선 가운데, 진주시 금산면 출신인 남태희(22·레퀴야SC) 선수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답답한 전반전을 뒤로 한 채 후반 시작 휘슬이 울렸다. 후반 12분 마침내 오른쪽 윙플레이어로 선발 출전한 남태희가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자 정면에 있던 박주영이 다이빙 헤딩슛으로 스위스 왼쪽 골문을 갈랐다.
경기가 끝난 뒤 온라인과 SNS에선 남태희를 칭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솔직히 오늘 수준급은 남태희 같다.” “남태희가 진짜 보물이더라”, “골키핑력은 남태희가 짱이다”. “남태희 크로스를 박주영이 받아서 시원하게 들어갔다” 는 등 남태희의 칼날 같은 어시스트에 대한 찬사와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고향 마을 주민들도 태극마크를 단 남태희의 선전을 자랑스러워 했다. 고향에서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형인 남정일(35)씨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남태희를 응원하고 있었다.
정일씨는 “오늘만 해도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응원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고 있다”며 “태희 할아버지께서 경로당에 가서 술도 사고 경기당일 음료수도 돌린다”며 태극마크를 단 동생을 자랑스러워 했다.
주민 김모(56)씨는 “고향 출신의 축구선수가 대표팀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너무 기쁘다. 사상 첫 메달 획득이 목표라고 들었는데, 열심히 해서 꼭 달성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남태희는 진주봉래초등학교에서 본격적인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어렸을 적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겨하던 남태희는 부친 남정우(52)씨의 권유로 금산초 2학년 때 축구부가 있는 봉래초등학교로 전학했다.
그 시절 또래 친구들보다 체구는 작았지만 드리볼과 골키핑 능력, 스피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찌감치 대형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현대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승승장구하던 남태희는 2009년 한국축구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프랑스 1부리그 발랑시엔FC와 공식 입단을 체결하며 유럽무대에 입성했다.
미드필더인 남태희는 대표팀에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발끝에서 대표팀의 창의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영국 레딩FC에서 대한축구협회의 해외유학프로그램을 경험했기에 어찌보면 런던이 남태희에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남정우씨는 “아들이 최근 전화통화에서 ‘현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며 “올림픽 대표 발탁도 기뻤지만 앞으로의 경기에서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임해 달라”고 선전을 당부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