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선수 본인이 반드시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석연찮음이 남았다.
병역기피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이 됐던 박주영(27, 아스날)이 지난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로비에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된 내용은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데 있었다.
박주영은 "나를 사랑해 주신 국민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이민을 가거나 병역을 회피하려는 뜻이 아니었다.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자필 서약서를 병무청에 냈다. 이제 몸으로 실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은 "어떤 상황이 와도 현역으로 입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주영이 현역으로 입대하기 위해서는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아야 한다. 현역 입대 여부는 박주영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자필 서약서에 대한 질문에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며 "박주영 선수가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서약서를 통해 나타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자필 서약서는 병무청 제출 서류나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전했다.
즉 자필 서약서는 선수 본인의 의지 표현이라는 점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주영 선수가 이미 신체검사를 받아 현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현역 입대에 대한 의지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는 입장을 전했다.
석연찮은 점은 여기에 있다. 병무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박주영은 이미 신체검사를 받고 현역 판정을 받은 셈이다. 실제로 박주영의 평발 논란이 있었던 지난 2007년 당시 소속팀인 FC 서울 측은 "박주영이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을 때 판명됐을 텐데 1급 현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주영의 법률 대리인인 이성희 변호사(법무법인 DLS)는 박주영의 병역 연기 보도가 있었던 지난 3월 "박주영은 아직 신체검사를 받지 않았다. 조만간 받을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양자간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확인을 위해 이 변호사측과 수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현역 입대를 약속한 박주영의 신체검사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필 서약서가 어떤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석연찮은 감이 있다. 자필 서약서와 "주영이가 군대에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박주영이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만 35세가 되기 전 해외장기체류 자격을 포기하고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 병무청의 이야기처럼 신체검사를 이미 받아 현역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선수생활 도중 부상을 당할 경우 재검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현역 입대를 약속한 박주영의 자필 서약서가 석연찮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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