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활짝 열어제치고 메이저대회 3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스페인은 2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에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유로2012 결승전에서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와 호르디 알바(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후안 마타(첼시)의 연속골에 힘입어 4-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스페인은 유로2008,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메이저대회 3연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세계 축구 역사상 메이저대회 2연패를 달성했던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3연패는 스페인이 전무후무하다. 그만큼 세계 축구에서 스페인의 전성시대가 굳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제로톱’이라는 새로운 전술로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이탈리아는 1968년 이후 44년 만에 유로 정상 복귀를 노렸지만 스페인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힘이 부쳤다. 이탈리아로선 그나마 자국 프로리그 승부조작 파문을 딛고 결승까지 올랐다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스페인은 예상대로 조별리그에서부터 재미를 봤던 제로톱을 들고 나왔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실바가 전방에 나란히 섰고 2선에서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와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가 뒷받침했다.
이탈리아 역시 큰 변화없이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와 안토니오 카사노(AC밀란)의 투톱을 내세웠다.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맞붙었을때는 스리백을 들고나왔지만 이날은 포백으로 수비진을 구축한게 차이였다.
스페인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초반부터 볼을 계속 잡고 돌리면서 기회를 노렸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공격 기회를 노렸다. 이탈리아 수비진을 흔들면서 몇 차례 좋은 기회도 만들었다.
결국 스페인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4분 파브레가스가 이탈리아 진영 오른쪽을 헤집고 들어간 뒤 짧게 크로스를 올린 것을 실바가 쇄도하면서 헤딩골로 마무리지었다.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킨 파브레가스의 개인능력이 돋보인 득점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역습에 의존하던 이탈리아는 선제골을 내준 뒤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전반 21분에 측면수비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가 부상으로 빠지는 등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키엘리니의 부상으로 이탈리아는 교체카드 한 장을 허무하게 날려야 했다.
스페인의 첫 골이 나온 뒤에는 오히려 이탈리아가 점유율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공격은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스페인 문전까지 전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히려 스페인은 후반 41분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의 추격 의지를 더욱 꺾었다. 주인공은 최근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을 확정지은 왼쪽 측면 수비수 호르디 알바였다.
중원에서 사비가 왼쪽 공간을 파고들던 알바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연결했다. 사비의 완벽한 패스를 받은 알바는 앞에 수비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사실상 분위기를 스페인쪽으로 가져오는 결정적 한방이었다.
전반에만 두 골이나 내준 이탈리아는 후반 시작과 함게 카사노를 빼고 안토니오 디 나탈레(우디네세)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페인의 플레이는 안정감이 넘쳐흐른 반면 이탈리아의 공격은 담답한 장면이 연출됐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는 후반전에 마지막 교체카드로 들어온 티아구 모타(파리 생제르망) 마저 허벅지 부상을 당해 수적 열세를 안고 싸워야 했다.
최전방에서 발로텔리 홀로 스페인 수비수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했지만 큰 위력이 없었다. 모타의 부상 이후 이탈리아 선수들의 의욕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듯한 인상까지 보였다.
스페인도 승리를 예감한 듯 무리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로 경기를 풀어갔다. 제로톱 전술의 핵심인실바와 파브레가스를 빼고 페드로 로드리게스와 페르난도 토레스를 기용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는 스페인 중심으로 펼쳐졌다. 10명이 뛰는 이탈리아는 후반 중반 이후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체력이나 정신력 모두 말이 아니었다.
결국 스페인은 후반 39분 토레스가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을 자축하는 세리머니나 다름없는 골이었다. 토레스 입장에선 그동안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설움을 씻는 골이기도 했다.
여기에 교체로 들어간 마타까지 소속팀 동료 토레스의 완벽한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성공시켜 4골차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스페인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축제인 반면 이탈리아로선 비극이나 다름없는 결승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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