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가 명의도용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해주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된 30대 여성이 금융사를 상대로 변호인 없이 소송을 벌여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게 됐다.
간호사인 송모(36.여)씨와 함께 사는 친구 김모씨는 재작년 5월 송씨 몰래 송씨의 주민등록증과 통장, 도장 등으로 할부금융회사인 S사에서 송씨 명의 카드를 만들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송씨는 지난해 5월 K카드로 지하철을 타려다 ′사용불능′ 신호로 지하철을 못탔고 며칠 뒤 할인점에서도 카드가 사용정지돼 사려던 물품을 그냥 두고 나와야 했다.
나중에서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S사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된 송씨는 S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명의도용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카드빚 독촉을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신용불량 등록도 삭제됐다.
하지만 송씨는 지난 3월 가족들과 용인의 한 놀이공원에서 자신의 또다른 카드로 자유이용권을 사려다 ′사용정지′라는 이유로 요금을 못내 망신을 당하자 S사의 무성의한 조치에 화가 났다.
송씨는 S사와 금감원에서 신용불량이 해지돼도 사유를 명확히 모르면 카드사용은 여전히 제한되며 신용불량 등록을 한 회사가 직접 해지요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S사를 상대로 자신이 겪은 불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에서 송씨가 패소한 뒤 항소하자 S사는 "적정한 금액에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송씨는 "배상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항소3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17일 "S사 직원이 카드발급시 본인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송씨에게 신용불량자로 경제활동에 지장을 준 것은 불법행위"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제주체의 신용정보의 중요성이 큰 요즘 금융기관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즉시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각 금융기관에 전파돼 경제활동 자유에 큰 제한을 받게 된다"며 "위자료는 200만원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전화로 수차례 문의해도 기다리라고만 하는 S사에 실망해 소송까지 하게됐다"며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피해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고 승소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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