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A씨는 정산이 두렵다. 정산시 확인된 오차 금액을 A씨가 사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 하루 수백명 손님을 상대하는 계산대를 맡으면 계산대당 매출이 100만원 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 돈 100원이라도 오차가 나면 개인 주머니를 털어 채워 넣어야 한다. A씨는 "심한 날은 일당을 거의 다 내고 퇴근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정산시 발생하는 오차금액을 아르바이트생들의 사비로 충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계산대당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일부 대형업체에서조차 금전적 책임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돌려 아르바이트생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에서는 일일 매출 정산시 소액의 오차 부분도 아르바이트생이 사비를 내 메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메아리(메가박스 아르바이트생을 이르는 말) B씨는 "아무리 집중해도 손님이 수백명씩 몰리는 주말이나 공휴일엔 매출을 정확히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하루에 2000~3000원 정도씩 내 돈을 내는 건 예사"라고 하소연했다. 시급 6430원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6시간을 일해 일당 3만858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큰 부담이다.
반면 CGV는 월 3만원, 롯데시네마는 2만원 미만의 정산 오차액에 대해선 경고 조치만 할 뿐 계산대 직원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고 있다. CGV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오차액 부담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어서 적은 오차액을 문제 삼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오차 발생을 대비해 예비비를 편성해뒀다"며 "인당 2만 원까진 예비비로 충당한다"고 전했다.
오차 금액이 클 경우에 대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오차 발생 횟수가 잦아 고의로 의심될 경우에는 CCTV를 돌려보거나 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보통은 경위서를 작성해 본사와 협의해 사측에서 책임진다"고 밝혔다.
영화관의 특성인 다양한 할인제도도 아르바이트생들의 계산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매 손님마다 직접 할인 가격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 또한 매표소·매점에 여러 대의 계산대가 있어 다른 사람의 계산대를 함께 관리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특성상 다른 직원의 실수로 정산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의 실수에 대해 자신이 부담하거나 그 날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이 1/n로 갹출해 오차금액을 채워 넣기도 한다. 메아리 B씨는 "하루종일 내 계산대를 내가 맡아 문제가 생긴거면 억울하진 않다. 하지만 바쁜 날은 손 비는 사람이 다른 계산대도 맡는 게 보통"이라며 "매표소와 매점을 오가며 계산대를 맡는데 정산 금액에 오차가 날 경우 누구 실수인지 알기 어려워 자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 메가박스 매장에선 오차금액이 발생할 경우 그 자리에서 현금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아리 C씨는 "그 자리에서 모자란 돈을 현금으로 걷는다. 돈을 낸 다음에야 퇴근한다"며 "현금이 부족할 땐 영화관 밖 ATM기까지 뛰어가 돈을 뽑아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명백한 고의, 과실 입증 없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위는 민법상 과실책임주의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천수이 변호사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으려면 사업주가 직접 아르바이트생의 고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여러 아르바이트생에게 공동책임을 묻거나 다른 직원의 잘못까지 본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가박스 측은 "2013년 이전에는 회사 측에서 일정 금액을 부담해주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생기거나 금전 손실이 발생하기도 해 현재는 폐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 보완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