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원투펀치를 소득 없이 소진했다. 차우찬, 소사를 선발로 내고 연패를 끊지 못했다. 패배는 이미 지난 일이라 쳐도 앞으로가 더 고난이다.
LG는 지난 8일과 9일 부산에서 롯데에 2연패를 당하고 마산으로 왔다. 차우찬과 소사를 차례로 내세웠지만 타선이 침묵했다. 필승카드인 1, 2선발이 모두 쓴잔을 들이켰다.
LG는 13일 선발로 윤지웅을 예고했다. 순서대로라면 류제국이 나올 차례였다. 지난 7일 류제국, 8일 윤지웅이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류제국의 등판을 미루고 윤지웅을 앞당겼다. 4, 5선발을 떼어놓기 위한 조치다.
5일 삼성전이 비 때문에 취소되면서 로테이션이 꼬였다. 5일 예고된 선발투수는 임찬규였다. LG는 소사를 3월 31일 개막전, 차우찬을 4일 홈 개막전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로테이션이 한쪽에 치우치는 현상을 방지했다. 개막 3연전에 1, 2, 3선발이 차례로 출격하면 다음 3연전에 4, 5선발이 붙어 나와야 해 전력 편차가 심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5일 비가 오면서 임찬규가 9일 나오게 됐다. 4일 차우찬, 6일 소사, 7일 류제국, 8일 윤지웅, 9일 임찬규가 선발 등판했다. 공교롭게 4, 5선발이 차례로 나선 8일과 9일 롯데에 연패했다. 둘이 각각 4⅓이닝, 3⅓이닝밖에 던지지 못해 불펜 소모도 컸다.
그나마 NC와의 주중 3연전에 1, 2선발이 붙어 나와 연패를 빠르게 끊을 것으로 보였지만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타선이 갑작스럽게 얼어붙는 바람에 1선발 급인 차우찬과 NC 5선발 급인 장현식의 매치업에서 패한 뒤 12일에는 해커를 만나 소사를 내고도 졌다. 사실상 확실한 '연패스토퍼' 카드 두 장을 모두 쓰고도 4연패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양상문 LG 감독은 눈앞의 1승을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계획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했다. "한 시리즈에 1, 2, 3선발이 모두 나오고 다음 3연전에 4, 5선발이 붙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현 상황을 경계한 양상문 감독은 당장 승패보다 전반적인 팀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연패를 끊기 위해 류제국을 그대로 내보낼 수 있었지만 균형잡힌 로테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윤지웅과 순서를 바꿨다.
물론 연패 탈출은 더 험난해졌다. 토종 에이스 류제국 대신 4~5선발인 윤지웅이 NC의 외인 제프 맨쉽과 붙어야 한다. 4일 휴식인 점도 불안요소다. 15일에 5선발 임찬규, 16일에는 4일 쉰 차우찬이 나올 순서라 불펜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해 놔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윤지웅이 깜짝 호투를 펼치며 6이닝 이상 책임지든지 타선이 대폭발하든지 주말 3연전까지 고려한다면 의외의 낙승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