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세월호 희생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아버지들의 3년
  • 양인현
  • 등록 2017-04-14 10:32:15

기사수정
  •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제도적 장치 없어



목에서 쇳소리가 나왔다. 헛기침이 말을 막았다. 3년 전에는 막힘없이 나오던 목소리였다. 딸이 살아 있었으니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58). 3년 동안 김 씨는 참 많이도 울었다. 결국 그는 성대를 잃었다. 그래도 생존 학생 등 고통을 나눈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년이다. 그리고 김 씨의 딸 초원 씨의 생일이기도 하다.


초원 씨는 참사 당시 탈출이 쉬웠던 5층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주검은 4층에서 발견됐다. 4층은 단원고 아이들이 있던 곳이다. 아이들의 몸에는 구명조끼가 입혀져 있었지만 초원 씨에게는 없었다. 아버지가 전해 들은 초원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초원 씨는 참사 당일 세상에 나왔다. 단원고 아이들은 75명이 구조됐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이후 다가올 시간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했다.


김 씨는 딸의 시신이 발견되고 며칠 뒤 회사를 그만뒀다. 그 대신 매일 오전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종종 전남 진도군으로 가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기다렸다. 우울증은 김 씨 가족 모두를 덮쳤다. 김 씨 부부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초원 씨의 남동생도 군 전역 후 우울증으로 1년간 대학에 복학하지 못했다. 마음의 병은 몸으로까지 번졌다. 김 씨는 얼마 전 성대 제거 수술을 했다. 그 대신 인공성대를 넣었다. 그는 결국 안산을 떠나 고향인 경남 거창군으로 내려갔다.

단원고 이지혜 선생님의 가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혜 씨와 초원 씨는 모두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다.

지혜 씨의 아버지 이종락 씨(63)는 2014년 4월 15일이 가슴에 사무친다. 이날 그는 딸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갔다. “사고가 나면 학생이 우선일까요, 제가 우선일까요”라는 딸의 질문에 무심코 “학생이 우선”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 씨는 참사 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그 역시 안산을 떠났다. 이 씨는 “아내는 세월호 인양 이후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두 아버지는 2014년 6월 딸들의 죽음을 순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순직으로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라”고 밝혔다.


순직과 산재에 따른 보상은 별 차이가 없다. 두 아버지가 나선 건 학생들을 사랑했던 딸의 마음이 인정되길 바랐던 것이다. 2015년 가을 김 씨와 이 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온몸을 아스팔트 바닥에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2016년 6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다음 달 초 서울행정법원에서 4차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달 말 “안타깝지만 법률적 방법이 없다”며 “기간제 교사가 4만6000명인데 두 교사에 대해서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년을 버틴 건 기꺼이 두 사람의 힘이 돼 준 사람들 덕이었다. 김 씨에게는 딸이 가르쳤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초원 씨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3반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밥을 먹었다. 아이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 생존 학생은 김 씨와 갔던 빵집 앞을 지나다 “아버지(김성욱 씨)가 문득 생각났다”며 전화를 했다.


이 씨에게도 생존 학생들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 학생은 잊을 만하면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딸이 담임이었던 2학년 7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다. 참사 당일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숙소가 5층이었으니 오늘 구조된 사람들처럼 살아나올 거다”라고 말했던 학생이다.

두 아버지는 “딸이 눈앞에 없어 마음이 아픈데 차별받아 더 아프다”며 “그래도 학생들과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 S-OIL 샤힌 프로젝트 현장, 비계 발판 붕괴… 근로자 다수 부상 [뉴스21일간=김태인 ]2025년 11월 19일 오후 5시경,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패키지1' 공사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근로자들의 휴게를 위한 컨테이너 사이에 설치된 2m 높이의 비계 다리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이 사고로 총 7명의 근로자가 부상을 입었습니다.사고가 발생한 샤힌 프로젝트...
  2. 제1회 태욱가요제 11월 23일 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태욱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025년 11월23일(일)오후3시30분, 부산 남구 용소로 78에 위치한 부산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1회 태욱가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장락, 정유나, 유명민, 홍다영 등 다수의 초대 가수가 무대에 오르며, 진성경아, 안진용, 김미경, 박윤창, 아랑고고장구 부산진구팀 등 다양한 장르...
  3. 통일 미래세대의 비전을 키우다: 우정초등학교, '평화통일 퀴즈대회' 성황리 개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민족통일 울산시협의회(회장 이정민)는 2025년 11월 14일(금) 오전 10시, 울산 우정초등학교 승죽관에서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화통일 퀴즈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미래 통일 주역인 학생들에게 올바른 통일관과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에는 이정민 회장과 이학박사 박성배...
  4. 제63주년 소방의 날 기념, 일산새마을금고 박학천이사장 소방청장상 수상 일산새마을금고[뉴스21일간=임정훈]2025년 11월 14일 (금) 울산동부소방서에서 제63주년 소방의 날을 기념하여 일산새마을금고 박학천이사장님이 소방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 소방청장상 ]을 수상하였습니다.이날 표창 전달은 울산동부소방서 우충길서장님이 대리 집행하였습니다.일산새마을금고는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
  5. 동구,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아동학대 예방 주간(11.19~11.23)을 기념해, 11월 14일 오후 2시 30분부터 방어동 화암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아동학대 예방 홍보 캠페인을 했다.    이날 캠페인은 동구아동위원협의회, 울산동부경찰서, 아동보호전문기관, 동구 아동보호팀이 함께하는 민관 합동 캠페인으로, 20여...
  6.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 번덕경로당 어르신 식사 대접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회장 김행자) 회원들은 11월 14일 오전 12시, 번덕경로당을 방문하여 관내 독거 어르신 40여 명을 대상으로 따뜻한 점심 식사와 간식을 대접하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는 매년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나눔 봉사뿐 아니...
  7. 남목 도시재생 축제 ‘미포1길 골목형상점가에서 놀장’성료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11월 14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미포1길 일원에서 ‘미포1길 골목형상점가에서 놀장’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는 올해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미포1길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지역 상인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 마련됐다. 약 250m 구간의 미포1길 일대를 차량 통제해 주민들이 자유...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