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롯데 감독이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고글을 낀 날카로운 눈매의 박세웅(22)을 볼 때다.
롯데 선발진은 리그 전체로 보면 상위권으로 볼 수는 없다. 레일리와 애디튼, 박세웅, 박진형, 김원중, 송승준까지 6명의 선발투수를 가동 중인데, 6선발 로테이션은 아니다.
불펜으로 시작한 송승준이 기세를 올려 개막 후 대체선발로 안착했고, 그가 등판할 때 박진형, 김원중이 한턴씩 거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투구수 80개가 넘어가면 급격히 구위가 하락해 ‘5이닝 선발’로만 기용되고 있는 애디튼도 송승준으로 인해 휴식일을 늘리고 있다. 롯데의 원투펀치는 레일리와 박세웅이다.
그런데 페이스는 박세웅이 단연 최고다. 6경기 등판해 4승2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 중이다. 4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고, 36⅓이닝을 소화했다. 7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 중인 레일리보다 뛰어나다.
감독이 신뢰를 가질 만하다. 타자 일순 후 4이닝 정도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다른 투수와 달리 박세웅은 일관된 구위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6번의 등판에서 5⅓이닝을 두 차례, 6이닝 이상을 네 차례 소화했다. 선발진의 이닝소화능력이 떨어져 불펜이 일찍 가동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박세웅의 존재는 든든하다.
경북고 출신 우완 박세웅은 2014년 kt의 1차 지명으로 프로의 문을 두드린 뒤 2015년 5월초 4대5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당시 롯데는 십년지계라고 표현했다. 1군 두 시즌은 가능성만 보여줬다. 2015년 31경기 2승11패 평균자책점 5.76(114이닝)→2016년 27경기 7승12패 평균자책점 5.76(139이닝)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7월21일 KIA전 승리로 7승 고지를 밟은 뒤 이후 11경기에서 승패없이 6패만 떠안는 악몽의 후반기를 겪었다.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제구력이 좋아진데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완급조절을 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노련미가 생겼다. 작년 풀타임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초반 제구난조로 난타당하며 무너진 경우가 올해는 전혀 없다.
조 감독은 “책임감을 갖고 길게 이닝을 끌어가려고 한다. 실질적으로 세웅이가 에이스”라고 ‘에이스 인증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박세웅은 롯데를 넘어 리그에서 손꼽히는 토종우완 선발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