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규제에 시중은행이 '속도 조절'을 건의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너무 급격하게 높이면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 간담회는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임원, 관련 협회(은행연합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가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오는 10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관련 전 금융권의 자체 노력을 당부했다. 특히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체적 상환능력심사)을 도입해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미래소득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정하고,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원금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등 가계대출 한도를 바짝 조일 계획이다.
정부는 8·2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확 줄어들면서 신용대출이나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며 풍선 효과를 경계했다. 김 부위원장은 "주담대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이나 사업자 대출 등을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전방위적인 대출 옥죄기로 오히려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은행권은 점진적이고, 완만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자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2금융권은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높고, 대출 심사 문턱도 낮다 보니 부채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가 47조7000억원 급증하는데 은행권 대출 증가액은 2000억원에 그치고, 2금융 대출이 가계 빚 확대의 주범이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1금융 규제를 너무 조이면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죽어나는 건 서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도 "풍선 효과 등 부작용을 고려해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