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이미 선반영된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향후 대출금리 인상폭도 당초 우려보다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30일과 비교해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내려갔다. KEB하나은행은 연 3.66~4.66%에서 3.62~4.62%로 0.04%포인트가량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연 3.57~4.57%에서 3.54~4.54%로, 신한은행은 연 3.62~4.73%에서 3.59~4.70%로 각각 0.03%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주 3.65~4.85%서 다음주엔 3.58~4.78%로 0.07%포인트 내린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낮춘 건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인 금융채 금리가 내려간 탓이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이날 기준으로 지난달 1일(연 2.63%)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연 2.54%를 나타냈다. 이달 중순 발표될 11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역시 10월에 비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지표로 삼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들어 이미 꾸준히 대출금리를 올려 왔다.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로 삼는 코픽스, 금융채 등의 시장금리가 같은 기간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4월 연 1.46%에서 6개월 만인 지난 10월 연 1.62%로 0.16%포인트 올랐다. 금융채 5년물은 지난 6월 1일 연 2.10%에서 지난달 1일 연 2.63%로 0.53%포인트 상승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작지만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경제지표가 개선됨에 따라 장기 시장금리는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은 당분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은 데다 금융위원회가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추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축소했다. 이에 은행들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줄어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