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유통업자들의 변론을 맡은 검사 출신의 변호사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A씨가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28일 담당 검사와 고래고기 업자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담당 변호사의 소환도 불발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담당 A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지방청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이에 A변호사는 오후 1시40분께 지방청에 도착했지만 로비로 막 들어서기 전 몰려든 취재진을 보자마자 발길을 돌린 뒤 도망치듯 사라졌다. 경찰은 20여분 뒤 지방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A변호사에 대한 재차 소환 의지를 피력했다.
변동기 광역수사대장은 “재차 소환할 것이고, 소환 일정이 잡히면 다시 언론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 대장은 “A변호사에 대한 소환일정을 공개한 것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었다. 또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은 주요 피의자에 대해서는 소환 일자를 알려온 게 관행”이라며 “만약 A변호사가 두 번째 소환요구에도 불응할 때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소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A변호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경찰의 소환일정 사전 공개로 불발됐지만 이날 변 대장에 따르면 갖가지 난관으로 경찰 수사가 적잖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래고기를 업자에게 다시 돌려준 담당 검사는 지난 18일 1년 동안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났고, 주요 피의자인 고래고기 업자는 구속된 후에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경찰에 따르면 수 억 원의 돈이 고래고기 업자로부터 A변호사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법원과 검찰에 A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모조리 기각되면서 수사의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실제로 변 대장도 이날 수사과정에서 가장 힘든 일을 묻는 질문에 “한 달 전 쯤 검찰에는 A변호사의 사무실과 집을, 법원에는 그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둘 다 기각된 것”이라고 답했다.
변 대장은 “하지만 A변호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담당 검사에 대해서도 이메일 조사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비록 해외에 있지만 소환 여부까지도 고민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대장은 이날 A변호사가 최근 외제차를 구입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4월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면서 창고에 보관 중이던 밍크고래 27t(시가 4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그러나 울산지검이 고래고기 27t 중 6t만 소각하고 나머지 21t을 한 달 후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 등이 지난 9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등을 울산지방경찰청에 고발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10월 고래고기 일부를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유통업자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