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생아의 기대수명이 지난해 처음 증가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생명표’를 발표했다.
생명표란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특정 나이의 사람이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 보여주는 표를 말한다. 장래 인구추계 작성, 보험료율 책정, 연금 비율 산정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2018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2017년과 동일했다. 기대수명은 1970년 62.3년 이후 매 조사마다 증가했으니 48년만에 증가세가 멈춘 것이다.
다만 이는 기대수명 추산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망자 수가 지난해 초 기록적인 한파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실제 2018년 사망자(29만8,820명)는 전년보다 4.7% 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비록 기대수명 증가세가 처음 멈추긴 했지만, 한계치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유럽에서도 2015년 폭염으로 프랑스, 이탈리아의 기대수명이 0.1~0.2년 감소한 바 있다”면서 “올해 1~9월 사망자수는 지난해보다 2.7% 줄어 올해부턴 다시 기대수명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최신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0년 83.2세, 2067년에는 90.1세에 이를 전망이다.
성별로는 남아와 여아의 기대수명이 각각 79.7년, 85.7년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기대수명 격차(6.0년)는 전년과 같았고 10년 전보다는 0.7년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선 여아 기대수명은 평균(83.4년)보다 2.4년 긴 3위, 남아는 평균(78.1년)보다 1.7년 긴 15위였다.
남은 수명을 뜻하는 기대여명은 80세 이상 남성, 9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40대 남자는 앞으로 40.8년, 여자는 46.5년 더 생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3.2년, 2.5년씩 길어진 것이다. 60대 남자는 향후 22.8년, 여자는 27.5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유병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상태로 보내는 기간은 출생아 기준 남자 64.0년, 여자 64.9년으로 2016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병원 접근성이 용이하고 건강검진 범위가 계속 확대되다 보니 암이나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건강수준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질병을 더 쉽게 인지하게 됐다는 뜻이다.
주요 사망원인은 남녀 모두 1위가 암이었고 2위는 심장질환, 3위는 폐렴이었다. 지난해 출생아가 향후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20.7%, 심장질환 11.8%, 폐렴 10%, 뇌혈관 질환 7.9%로 나타났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전년 대비 1.2%p, 여자는 1%p증가했다. 출생아의 폐렴에 의한 사망확률은 뇌혈관 질환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