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제주항공이 이번에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선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인수주식 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로 지분비율은 51.17%, 인수 금액은 695억원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26일부터 내년 1월9일까지 실사에 돌입하며, 31일에 SPA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엔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심사와 기업결합심사 등을 받는다.
제주항공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등 몸집 키우기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인수 역시 이스타항공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측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을 통해 다소 손쉽게 점유율 확대 포석을 마련했단 평가를 받는다. 애경그룹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써냈던 1조5000억원의 5% 수준인 700억원으로 1등 LCC의 입지를 더 굳건히 한 셈이다.
항공정보포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분담률(외국항공사 제외)은 14.7%, 4.8%를 기록했다. 대형항공사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 중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합산 국제선 분담률은 44.8%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중복 노선을 조정하고, 인기 노선에 가격정책을 달리하면 피해를 보는 항공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스타항공 매각에 대해 "예상된 수순"이란 반응이다. 이미 시장에선 항공사 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공급 과잉 상황에서 일본 노선 급감,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비용 증가 등 악재도 겹쳤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경영난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에도 나섰지만 결국 실적 부진을 극복치 못하고 지난 10월쯤부터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율은 44.2%뿐이다.
만약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오면 애경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사가 인수하면 기존 노선 등을 활용해 중복비용 등을 줄여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항공사가 아닌 기업은 손쉽게 항공업 진출할 길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