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지하공공보도 공사 현장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작업 인부 1명이 숨졌다. 전날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사 현장 인근에서도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있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지점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2년 전에도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와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 20분경 여의도 메리츠화재 건물 인근 지하공공보도 공사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붕괴되며 지상에서 작업하던 A 씨(53)가 3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오전 9시 10분경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지점 아래에서는 지하철 5, 9호선 여의도역과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연결하는 지하보도를 내년에 완공할 예정인 대형 복합시설 파크원까지 잇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날까지 이곳은 보행자들이 지나다닌 인도였다. 앞서 9월에도 사고 지점으로부터 100여 m 떨어진 인도에서 땅꺼짐이 있었다.
경찰은 사고 지점 아래에 묻혀 있는 상수도관 파열로 새어 나온 물에 주변의 모래가 휩쓸려 나가면서 지반을 받치고 있던 흙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감리업체 관계자는 “상수도관을 지지하고 있던 상수도관 아래 부분 모래가 비면서 아스팔트와, 상수도관 위의 모래층이 함몰됐다. 육안으로는 상수도관의 약 50cm가 떨어져나간 상태였다”며 “해당 상수도관은 30년 정도로 노후화 돼 수압을 견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산신도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22일 경기도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인근에서 왕복 4차로 도로와 인도 일부가 침하했다. 이로 인해 공사 현장 옆 길이 20m, 폭 15m 구간 도로가 1m 깊이로 주저앉거나 노면에 균열이 생겼다. 지하 3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후 지하 4층 터파기 공사 중 도로가 침하했다.
고양시는 이번 땅 꺼짐 사고는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복합건물을 신축 중인 인근 공사현장 지하에서 흙막이 공사를 잘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하 4층 땅속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어 세운 흙막이 벽인 ‘슬러리 월’ 이음 부위로 물이 새 나온 게 확인됐다”며 “이게 땅 꺼짐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인도 쪽 오수관이 침하하면서 부서지고, 가로수 3그루와 가로등 1개도 넘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고양시는 경찰과 함께 땅 꺼짐 구간 양방향 도로를 통제하고 차량을 우회시키는 한편 응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앞서 2017년 2월에는 이번 사고 지점에서 600m 정도 떨어진 곳 등 인근 백석동 3곳에서 한 달에 무려 3차례나 도로가 내려앉고 금이 가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도로 위 지뢰밭’인 싱크홀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69건이었던 싱크홀은 2015년 186건, 2016년 255건, 2017년 279건, 2018년 338건으로 5년 사이 390% 늘었다.
원인으로는 상하수도 공사부실, 하수관 손상 등 상하수관 관련이 11247건 중 706건으로 전체에 62.6%에 달했다. 2018년 기준 전국의 상하수도관 35만6411km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13만1598km로 36.9%에 이른다. 30년 이상 된 노후관도 5만8175km(16.3%)나 된다.
심기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지하시설물들의 유지관리에 예산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내구연한 다 되기 전 시설물을 교체해 싱크홀 등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