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북한이 납치 피해자로 인정하는 2명의 생존 정보를 북한으로부터 제공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알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관련 정보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도(共同)통신은 26일 북한이 지난 2014년 납치 피해자인 다나카 미노루(田中実·실종 당시 28세) 씨와 가네다 다쓰미쓰(金田龍光·실종 당시 26세) 씨 등 2명의 생존 정보를 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전달했지만, 당시 일부 정부 고위 당국자가 "두 사람 정보만으로는 국민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공표하지 말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교도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근거로 공개하지 않는 것을 아베 총리도 승인했다고 전했다.
1978년 6월 오스트리아 빈으로 출국한 뒤 실종된 다나카 씨는 전 북한 공작원(사망)의 납치 증언이 나오면서 2005년 납치 피해자로 추가됐다. 재일 한국인인 가네다 씨는 1979년 11월쯤 다나카 씨를 만나러 간다고 주위에 말한 뒤 출국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연락이 끊겼다.
이후 가네다 씨는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특정실종자'로 분류돼 관리됐다. 두 사람은 모두 고베(神戶)시 출신으로, 같은 라면 가게의 종업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납치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내세우는 아베 정부가 5년여 동안 납치 피해자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판단의 적절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납치 사실을 인정한 뒤 피해자 5명이 귀국하고 그 후로는 진전이 없었다"며 피해자 가족과 많은 일본 국민이 납치 문제 해결의 향방을 주시하던 상황인 만큼 관련 정보를 공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이에 "두 사람이 '평양에 처자식이 있어 귀국 의사가 없다'고 했으며, 다른 납치 피해자와 관련한 새로운 정보도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납치 피해자 전원의 귀국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선 "납득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어서 국민의 이해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판단한 이유에 대한 교도통신의 질의에 "향후 (납치피해자 문제) 대응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겠다"고 답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13명의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현재 특정실종자를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북한 납치 피해자는 총 12건에 17명이다. 이들 중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 후에 일시 귀환 형태로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이 공식적으로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북한은 12명 중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8명은 사망하고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며 아베 정부가 납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북한이 사망 사실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등 실상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한국과 중국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