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의 둔화에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았고,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분석된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통계청이 1965년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전 최저 기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과 저유가의 영향을 받은 2015년(0.7%)에 이어 세번째 0%대이기도 하다.
통계청은 "수요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연간 지수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지난해 대비 농산물이 -3.0%, 석유류가 -5.7%를 기록하면서 농·축·수산물 전체가 -1.7%, 공업제품이 -0.2%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교육 관련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학교급식비(-41.2%), 고등학교 납입금(-13.5%) 등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도 이 같은 수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근원물가도 낮은 수준이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9% 올라 지난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7% 상승해 역시 1999년(-0.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1% 떨어졌다. 2014년(-9.3%)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1995년 집계 이래 최저다.
다만 12월 기준 월간 소비자물가지수는 0.7% 상승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사상 첫 마이너스(-)인 -0.4%에서 10월 보합, 11월 0.2%에 이어 이달에는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12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9% 상승했다.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기로 구분해 보면 상반기 0.6%, 하반기 0.2%였다.
통계청은 "올해 물가 하락을 주도한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류 하락의 기저 효과 등이 사라지면 내년에는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