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한 셈이다.
CNBC,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란 정부가 낸 성명을 인용해 이란이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수 제한, 우라늄 농축 가능 수준, 이란의 핵 연구개발활동 등 JCPOA에 명시된 어떤 규정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합의는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성능을 제한해왔다. 현재 이란은 우라늄을 5% 농도까지 농축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시간(브레이크 아웃 타임:핵무기를 제조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보유하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였다.
핵무기 제조의 관건은 우라늄을 농도 90% 이상으로 농축할 수 있는지에 달린 만큼 원심분리기의 성능과 수량을 일정 기간 묶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제한하는 게 핵합의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함으로서 이란은 얼마든지 우라늄을 자유롭게 농축시킬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성명에서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라며 "이를 버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이란은 아무런 제약 없이 기술적 필요에 따라 핵 농축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번 성명은 이란 국가안보위원회가 5일 솔레이마니 사망 관련 자국 핵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 이후 발표됐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함께 핵합의를 한 유럽이 핵합의 이행에 미온적이고 미국은 탈퇴했으며, 무엇보다 이란 군부 거물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하면서 이런 강경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큰 만큼 핵합의는 더는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선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은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JCPOA를 타결했다. 이란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대 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협정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