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을 탄생시킨 1세대 기업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신격호 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4시 29분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8일 밤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돼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다.
빈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신동빈 롯데 회장이었다. 그는 일본 출장 중에 신 명예회장의 입원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다. 신 회장은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내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조문이 시작되기 전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임종을 지켜본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마찬가지로 빈소가 마련된 직후부터 줄곧 자리를 지켰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는 이날 오후 8시 50분쯤 빈소로 들어갔다. 이어 신동빈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미나미 여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빈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슷한 시간에 고인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 씨도 도착했다.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그의 사위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3일간 '롯데 그룹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회사는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1921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1944년 일본으로 넘어가 1948년 일본 도쿄에서 풍선껌 사업에 뛰어들며 ㈜롯데를 창업했다. 한국에서는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으며, 유통·관광·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롯데그룹을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아들인 신동빈 회장,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이른바 '형제의 난'을 지켜봐야 했으며 지난해 10월 경영 비리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치매 등 건강 상태를 이유로 같은 달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인용하면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등에서 주로 생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