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갈등으로 파업을 예고했던 서울 지하철 1∼8호선이 21일 정상 운행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사측의 운전시간 원상회복 조치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오늘 첫차부터 예고한 열차 운전업무 지시 거부를 유보하고, 오전 4시 10분부터 현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20일) 오후 "운전시간 조정을 잠정적으로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4.7시간으로 12분 (연장) 조정했던 운전시간 변경을 고심 끝에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달여간 이어진 노사 간 갈등은 공사가 지난해 11월 승무원의 운전시간을 기존 4시간30분(4.5시간)에서 4시간42분(4.7시간)으로 늘리며 시작됐다.
노조는 공사가 불법적인 운영으로 기관사의 운전 시간을 '12분' 연장했다며 이를 종전 상태로 돌리지 않을 경우 21일 첫차부터 사실상 파업과 효과가 같은 승무(운전) 업무 지시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반면 공사 측은 직원 휴가 등을 위해 취엽규칙에 따라 12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사측은 결국 노조의 업무 거부를 하루 앞두고 근무시간 원상회복 방침을 밝혔다. "설을 앞두고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직원들의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었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었다.
이후 노사 간 실무 협의가 계속 이어져 이날 오전 3시까지 진행됐으며 4시를 기점으로 노조는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노사는 최종적으로 이날 공식적인 실무교섭을 개최할 계획이다.
노사가 막판에 극적인 합의에 이르며 '출근길 대란'이란 큰 불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공사는 운전시간 변경이 과도한 휴일 근무와 추가 수당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사에 따르면 2018년 초과근무수당 129억원 중 95%가 넘는 125억원이 승무 분야에 지급됐다.
반면 노조는 운전시간이 명목상으로는 12분 연장된다고 하지만 열차 운행 도중 교대가 어려운 승무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근무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까지 늘어나 직원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항변한다. 원상회복 이후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근무시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양측은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정균 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일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앞으로 모범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시민 안전과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