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 유신헌법 선포로 비상계엄이 발령됐을 때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80대 노인이 4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부(부장 마성영)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모(84)씨의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유신 당시 서울 성북구의 한 이발관에서 “국회 앞 장갑차의 계엄군은 사격 자세로 있는데 국민을 쏠 건지, 공산당을 쏠 건지”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유언비어 날조·유포 등을 금지한 계엄포고령을 위반한 혐의였다.
김씨는 이듬해 1월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최종적으로 3개월로 감형받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난해 검찰은 당시 김씨를 처벌한 근거였던 계엄포고령이 애초 위헌이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계엄 포고가 당초부터 위헌이자 무효인 이상 김씨의 공소사실도 범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