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법적 방패' 노릇을 하던 미국 법무장관마저 트럼프의 무분별한 트위터 간섭에 공개적으로 분노를 나타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은 13일(현지 시각)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때문에 도무지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부 독립성 문제에 대한 트윗을 멈춰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자신의 발언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나는 그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지도,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말하는 누군가는 "의회, 신문, 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 장관의 이날 언급한 법무부 독립성 문제란 미국 법무부가 검찰에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에게 구형(求刑)된 형량을 낮추달라고 개입한 일을 말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월 '러시아 스캔들'로 기소된 전직 참모 로저 스톤에 대해 검사들이 징역 7~9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다음 날인 11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오심(miscarriage)’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한 처사"라고 성을 내자 바 장관의 참모들과 부(副)장관은 이날 오전 법원에 구형량을 낮춰달라는 서류를 보냈다. 측근의 오랜 징역살이를 못마땅해하는 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읽고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
트럼프는 법무부가 검찰에 구형량 축소 요청을 한 직후 다시 트위터에 "바 장관, 축하하오. 완전히 통제 불능이었던 사안을 책임지고 잘 맡아줘서"라고 썼다.
바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 점을 꼬집으며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협박 당하거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의회든, 신문사 논설위원이든, 대통령이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논평으로 나를 끊임없이 깎아내리는 탓에 법무부에서 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재차 토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리는 말들은 내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원이나 검사들에게 법무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끔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바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적 방패를 자처하던 그가 언론으로부터 "트럼프를 도와 법치(法治)를 훼손하는 자발적인 공범(共犯)"으로 묘사되며 비난받자 나온 것이다.
AP통신은 "바 장관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와 같은 시각을 공유하는 심복"이라며 "트윗에 대한 분노는 바 장관 스스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