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이 겹치며 미국 뉴욕증시가 9일(현지시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3,851.02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25.81포인트(7.60%) 떨어진 2,746.56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에 장을 마쳤다.
특히 이날 장중에는 S&P 500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7% 하락하면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3대 지수 모두 이날 종가기준으로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에 비해 약 19%나 하락하면서 '약세장(베어 마켓)'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최고가보다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분류된다.
이날 폭탄을 맞은 건 뉴욕만이 아니었다. 유럽 증시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탈리아 증시가 11.2% 급락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도 나란히 7% 이상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악의 하락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견제하려면 저유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감산에 동의하지 않았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겠다며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국제유가는 1991년 걸프전쟁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6.18%(11.85달러) 급락한 33.4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3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주식과 유가가 다같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주식을 투매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피난처로 삼았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인 0.318%까지 떨어졌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5%대를 기록했었다. 국채 수익률과 국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30년물 미 국채 수익률도 0.866%를 기록, 1% 밑으로 내려왔다.
국제 금값은 소폭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2%(3.30달러) 오른 1,675.70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영국 FTSE 100(7.69%↓), 프랑스 CAC 40 지수(8.39%↓), 독일 DAX 30 지수(7.94%↓),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 50(8.45%↓)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줄줄이 폭락했다. FTSE 100의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12년 만에 최대라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