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 명에 육박하며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사망자도 400여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9일 오후 6시 기준 코로나19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9천17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대비 1797명(24.3%) 증가한 수치다. 사흘 연속 1000명대 증가세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8만904명)에 이어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전까지 두 번째였던 한국은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가 7478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97명(26.5%) 증가한 463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사망자 증가 폭은 며칠 만에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누적 사망자 역시 중국(3123명)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5.04%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평균 3.4%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3%로 세계에서 일본(2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이탈리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의 절대다수는 63∼95세 사이의 기저질환자(지병이 있는 환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이탈리아 정부는 결국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8일 새벽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마르케 등 북부 4개 주 14개 지역을 신규 ‘레드존’으로 지정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9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부 지역에 대해 취한 조처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서 10일부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령이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테 총리는 ”모든 국민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따라 6000만 명의 이탈리아 국민은 업무·건강 등의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도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이 조처는 내달 3일까지 효력을 발휘한다.
전국이 모든 문화·공공시설도 폐쇄된다. 음식점 등은 영업을 허용하되 고객 간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이번 조처에 따라 오는 15일까지인 전국 휴교령도 자연스럽게 내달 3일까지로 연장됐다. 콘테 총리는 아울러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