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외신에서도 극찬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에 이어 이번에는 걸어 들어갔다 나오는 '워킹 스루(walking through)' 검사 방식이 등장했다.
16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내 선별진료소에는 1인용 공중전화박스가 설치됐다. 그 안으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들어서면, 의료진은 인터폰을 들고 부스 안에 있는 환자에게 검체 체취 방법을 안내했다. 이어 투명부스 벽에 연결돼 있는 파란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환자 콧속에 검체 채취용 면봉을 집어 넣어 검체를 체취했다. 환자가 두고 간 가래침과 면봉은 환자가 떠난 직후 반대편에 있던 또 다른 의료진이 회수해갔다. 환자 방문에서 검체 채취 종료까지는 단 5분 만에 끝났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세계 각지에서 속속 도입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이어 한층 진화한 코로나19 진단 검사 방식이 등장했다. 바로 워킹 스루 검사 방식이 그것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이날부터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해당 검사 대상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사람, 신천지 교인,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등 주요 의심환자들이다.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의 장점은 여럿이다. 의사와 환자의 접촉을 최소화한 데다 부스 내 음압설비까지 갖춰 의료진의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기존 선별진료소와 달리 시간 낭비도 줄여준다.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면 검체 채취 1분, 환기와 소독에 1~2분, 최대 5분 이내로 모든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가 10분 내외, 일반 선별진료소가 20~30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가장 빠른 방식이다.
또 일반 선별진료소 동선이 복잡했던 것에 비해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는 부스 방문 및 퇴장으로 간소화된다. 이 병원 워킹 스루 선별 진료소에는 이날 하루만 80명의 의심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방문했다.
검체 채취 후 번거로움도 줄었다. 일반 선별진료소에서는 한 환자 검체 채취 후 방호복을 갈아입어야 했는데, 워킹 스루를 통한 검사를 진행하면 환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발생하지 않아 방호복을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부스에 달린 파란색 장갑만 소독하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이기도 하다.
의료진과 검사를 받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흰색 방호복을 착용하고 고글을 쓴 채 검체를 체취하던 한 의료진은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어) 심리적 안정감이 크고 경제성 측면에서 아주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검사를 마친 70대 여성은 "빠르게 검사하니까 편리하고 좋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의료진은 "파란색 의료용 장갑이 매달린 위치가 고정돼 있어 키가 큰 의심환자가 검체 채취를 받을 때 불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전 부스를 더욱 고도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