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며, 정치권에서는 성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연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일선 법원에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어 논란이다.
서울중앙지법(부장판사 최창훈)은 2일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SNS에 유포한 혐의(성폭렴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를 받고 있는 의약품 제조업체 종근당 회장의 장남 이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가했다.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담당한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내용과 더불어 트위터 게시물에 피해자의 얼굴이 노출되지는 않았고, 이씨가 게시물을 자진 삭제한 점” 등을 기각 사유로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이씨가 일정한 주거와 직업을 가진 것과 심문 절차에서 이씨의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이씨를 구속해야 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복수의 여성들과 각각 성관계를 맺으면서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트위터를 통해 유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씨를 체포한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도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가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받아낸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재판에 가서도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적어진다.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고, 게시물도 내렸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트위터 게시물은 엔드라이브 등 다른 곳에 저장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이런 건 법원이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양진영 변호사도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처럼 파급력이 크지 않은 한 성범죄 기각 사례가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도 기각 사유를 살펴본 뒤 보완 수사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